[여담] 비만치료제 전성시대, 기적의 약은 없다

2025-05-08

바야흐로 비만치료제의 전성시대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가 쏘아 올린 신약개발 경쟁에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체중 감소 효과는 기본이고 장기 지속형 주사제, 알약으로 먹는 경구제, 몸에 붙이는 패치형까지 편의성을 높인 신약 개발 경쟁이 뜨겁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돌풍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 소식을 내놓을 때마다 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국내 증시에서는 개발사뿐만 아니라 제조·유통사까지 주가가 급등한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혁신 신약의 각축장이자 투자 광풍의 진원지가 됐다.

인류는 유사 이래 비만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인간 본연의 욕구인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고대 로마 귀족들이 연회장에서 밤새도록 음식을 먹고 구토실에서 다시 토하며 식욕을 충족시켰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의학적으로도 비만치료제의 역사는 짧지 않다. 19세기 말 갑상선 호르몬 치료제부터 1930년대 ‘죽음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렸던 디니트로페놀(DNP), 194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첫 비만치료제로 승인 받은 암페타민 등 다양한 식욕억제제가 등장했다. 하지만 심장 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과 오남용으로 상당수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비만치료제의 주류는 위고비와 삭센다·마운자로 같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춘다. 뇌 식욕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게 강점이다.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와 비교적 낮은 부작용으로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4년 약 150억 달러(21조 원)에서 2030년에는 약 770억 달러(106조 원)로 연평균 48%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비만치료제가 가져온 빛만큼 그림자도 짙다.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처방 기준을 무시한 묻지마 처방이 늘어나고 오남용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체질량지수(BMI),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동반질환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방이 이뤄져야 하지만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 주사로 남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은 메스꺼움·구토·설사·변비 등 소화계통 부작용부터 췌장염·담낭염 등 심각한 부작용까지 다양한 위험을 동반한다. 장기복용시 근육량 감소, 요요 현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비만치료제는 결코 기적의 약이 아니다. 비만 치료는 식습관 개선, 신체 활동, 행동 치료 등 비약물적 접근이 동반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비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다. 비만은 단순히 식욕과 과식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과 환경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비만이 식탐과 게으름·나태 등으로 인한 결과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차별·낙인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비만을 미용이 아니라 질병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 ‘21세기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비만 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 세계비만재단이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1억 명 중 10억 명이 비만 인구로 분류된다.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만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치료제의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비만치료제의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 비용 부담, 보험 미적용 등 현실적인 장벽도 여전하다. 비만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사회 전체의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만치료는 개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