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국내 외국인 거주자가 급증하면서 금융권이 특화점포, 다국어 상담 등으로 외국인 모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신원확인 및 신용평가 등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여전히 금융접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해외 사례처럼 위험기반접근법에 따른 차등적 고객확인절차를 시행하되, 지속적으로 금융접근성 개선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브리프포커스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접근성 현황 및 개선과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근 국내 체류 및 거주 외국인 수는 노동수요 변화 및 외국인 관련 정책 변화에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91일 이상 장기로 체류하는 거주 외국인 수와 국내에 고용된 외국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각 156만명 101만명을 기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은행권에도 외국인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국인 신규 고객 수는 지난 2020년 말 약 18만 4000명에서 지난 2023년 말 약 37만 7000명까지 급증했다. 또 국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2017년 10.4%에서 2024년 37.1%로, 200만원 이상인 비율은 57.3%에서 88.3%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에게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이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생활의 주된 어려움을 물었는데, 언어가 29.8%로 가장 많았고, 은행 및 정부기관 이용도 3.2%에 달했다.
해외 주요국 금융기관들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자국 거주 외국인을 포용하고 있다. FATF는 금융기관의 고객확인의무(CDD)를 규정으로 내걸고 있는데, 거래 위험수준에 비례하는 차등적 CDD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CDD 과정에서 특정 고객을 자체적으로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위험을 회피하면, 외국인 등 특정 고객층이 소외를 겪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국적에 따른 차등조항이 특별히 없다. 유럽연합(EU)에서는 국적이 아닌 거주지에 따른 차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자 및 영주권 보유자 △사회보장번호 보유자 겸 183일 이상 체류자 △미국 내 거주를 주소 및 공과금 명세서 등으로 입증가능한 자 등에게 고객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도 90일 이상 체류자에게는 정부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통해 주소를 확인한 후 자국민과 동일한 CDD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주요국처럼 FATF 권고에 따라 거주외국인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 신원확인 및 신용평가 등에 대한 실무적 어려움으로 금융 접근성의 차이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실제 업권별로 보면 외국인 접근성이 여전히 뒤쳐지고 있다.
은행의 경우 외국인이 외국인등록증을 보유했거나 대면으로 여권을 증빙할 수 있으면 계좌개설이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등록증을 보유하지 않으면 외국 여권에 대한 진위확인을 거칠 수 없다 보니 비대면 신원확인이나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신용카드사의 경우 법령상 신용카드 발급요건에 따라 외국인도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내 신용이력이 불충분한 만큼, 카드사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대금지급능력을 판단한 후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기관이 서비스 운영에서 발생하는 실무적 제약을 해소하고,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는 정책적 노력을 병행해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홍용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출신국 신용정보와의 연계, 체류기간 변경·연장 정보 반영 등을 통한 평가모형 보완이 필요하다"며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금융포용 확대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고객 다변화 및 수익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