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는 그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선 후보마다 경제성장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지 못하면 해법도 발견하기 어렵다.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로 우리 경제는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잠재성장률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잠재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였으나 2021~2023년에는 2.1%로 20여 년간 하락했다. 이러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로 볼 때 저성장 문제가 경기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추가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잠재성장률 구성 요소들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재성장률의 구성 요소는 자본 투입, 노동 투입 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이다. 문제는 모든 구성 요소의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 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1~2005년 0.7%포인트에서 2021~2023년 0.1%포인트로 하락했다. 자본 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도 2001~2005년 2.2%포인트에서 2021~2023년에 1.4%포인트로 떨어졌다. 총요소생산성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1~2005년 2.1%포인트에서 2021~2023년에 0.7%포인트로 낮아졌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들의 기여도도 떨어지고 있다. 노동 투입 기여도 하락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적었다.
노동 투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근로시간, 고용률, 15세 이상 인구, 노동의 질 등이다. 노동 투입에 대한 근로시간 기여도는 동 기간 모두 마이너스(-)로 노동 투입 증가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과거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인구증가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단순하게 출산 장려 정책으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결과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 정책 실패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정치는 1990년 이후 경제성장의 동력을 없애는 일에 주력했다. 김영삼 정부의 고임금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환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외환위기의 원인은 정부의 외환 정책과 외화 유동성 관리 실패였지만 김대중 정부는 정부의 잘못은 뒤로하고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김대중 정부는 기업의 부채비율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기업 성장을 저해했다. 금융기관은 가계대출로 영업 방향을 바꿨다. 정부가 주도한 벤처 투자의 거품이 꺼지고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했다.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에 정치적 교두보를 제공하고 노동시장의 경직화와 이중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더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돈 뿌리기에 의존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국가채무는 약 400조 원이 급증했다. 저성장은 소위 민주화 세력이 초래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가계는 가계부채로 신음하고 기업의 성장을 촉진해야 하는 자본시장은 국가채무에 시달린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경제 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
경제 체제의 변화는 기업 정책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경영권이 강화되고 기업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 고용률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노사 합의에 맡기는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 기업 육성으로 저성장의 문제가 해결되고 고도성장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 최고의 복지라는 사고의 전환으로 대선 후보들은 인기영합적 정책을 폐기하고 저성장을 극복할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