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오는 9월 5일부터 사흘간 전남농업박물관에서 ‘영암 무화과 축제’가 열린다. “입안 가득 달달! 신나는 무화과 파티!”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영암을 대표하는 특산물 무화과를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다. 대형 무화과 모형 포토존과 천 장식으로 꾸며진 무화과 거리, 곳곳에 놓인 관상용 무화과 화분은 관광객을 무화과의 세계로 초대한다.
축제장에서는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무화과를 맛볼 수 있고, 무화과 와인·잼·빵 같은 가공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체험,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 농업·문화·관광이 결합된 복합 축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놀이와 체험,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엔터테인먼트 농업(Entertainment Agriculture)’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농업을 즐거움·체험·문화적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과거 농업이 노동과 식량 확보에 집중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농업을 통해 즐거움과 치유, 문화적 가치를 얻고자 한다. 농촌의 모내기 체험, 고구마 캐기 행사, 치유농장 프로그램 등이 모두 그 예다. 영암 무화과 축제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각국에서도 무화과를 중심으로 한 축제는 농업을 오락과 결합시키며 발전하고 있다. 몰타 고조섬에서는 무화과 전통 과자를 대형으로 제작하며 민속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가 열리고, 프랑스 랑그독 네지냥-레베크에서는 무화과 퍼레이드와 전통 음식 판매가 이어진다. 미국 뉴욕 스테이튼아일랜드에서는 ‘무화과 왕(Fig King)’을 뽑는 흥미로운 경연이 진행되고, 일본 오사카 미나미카와치 지역에서는 ‘오사카 이치지쿠 축제’를 통해 신선한 무화과 직거래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무화과 축제는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물을 문화와 오락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영암 무화과 축제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순한 특산물 판매나 홍보를 넘어 농업을 지역민과 소비자가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로 재구성하며, 지역 브랜드와 관광 자원으로 확장하는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농업의 의의는 분명하다. 첫째, 농업과 문화의 결합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 공간을 형성한다. 부모와 아이, 농부와 도시 소비자, 지역민과 관광객이 무화과를 매개로 어울린다. 둘째, 농업은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 가공품 판매와 관광 소비는 농가 소득을 높이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 셋째, 농업은 지역 정체성을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킨다. “영암 = 무화과 = 축제”라는 등식이 형성되면서 지역 이미지를 강화한다.
아직 엔터테인먼트 농업은 체계적인 산업 단계로 자리 잡지 못했다. 많은 경우 여전히 생산 중심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농업이 6차산업을 넘어 규모화와 다각화를 이뤄 지역을 살리고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농업의 체계화와 활성화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영암 무화과 축제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 농업을 노동에서 즐거움으로, 생산에서 문화로 전환하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화과라는 달콤한 열매가 생산 현장을 넘어 소비자, 지역,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자원으로 성장하는 순간, 농촌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영암 무화과 축제가 엔터테인먼트 농업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재미농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 농촌의 새로운 무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8-31.).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놀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3-06).
Mitchell, M., L.T, Damonte, and D.J. Domke-Damonte. 2007. Agri-tainment: combining agriculture and entertainment along the grand strand. The Coastal Business Journal 6(1):11-24.
Mitchell, M. and G. Turner. 2010. Agri-tainment: a new crop for farmers. Journal of Food Products Marketing 16(4):373-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