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고령자 대상 ‘실버스테이’ 첫 발… 풀어야 할 숙제 여전 [심층기획-한국산업의 미래 묻다 ‘Q’]

2025-04-02

노인 임대주택 ‘기대 반 우려 반’

구리갈매 첫 추진…1500가구 추가

유사시설 시세 95% 이하로 공급

사업자, 저렴한 택지에 세제 혜택

임대 의무기간 20년 사업성 의문

운영 경험 못 쌓으면 실패 가능성

실버타운 업체들과 협력 등 필요

본격화하는 초고령사회에 맞춤형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본궤도에 오른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니어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업성 확보가 가능할지에 대한 업계의 의문을 해소하고 생활지원 서비스 등을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꼼꼼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가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설계한 ‘실버스테이’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령층 특화설계 주거와 식사, 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소득수준 등에 따른 다양한 유형의 노인 주택·주거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중산층이 합리적 이용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노인복지주택 등 유사시설 시세의 95% 이하로 공급하고, 계약 갱신 시 5% 이하로 임대료를 증액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지만 잔여 세대는 유주택자도 입주 가능하다.

정부는 첫 사업으로 경기 ‘구리갈매역세권 실버스테이’를 추진 중이다.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으며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및 융자, 취득·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임대 의무 기간은 20년이다.

업계 안팎에선 노인의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 실버스테이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부적인 방향성을 놓고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업자가 기존 실버타운보다 낮은 가격에 사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꾸준히 질 좋은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만만치 않은 만큼, 단순 도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사업 운영 프로세스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찾지 못하면 결국 복지 서비스는 없고 건물만 남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에서 처음엔 (실버스테이를) ‘요즘 일도 없고 시장이 안 좋으니 꿀꺽 삼키기 좋은 떡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을 대려고 하니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생각보다 허들이 높아 ‘계륵’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한세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급 실버타운들도 모든 시행착오를 다 겪고 운영 방식을 최적화하는 데 10∼20년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저렴한 가격에 지속해서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랜 기간 실버타운 운영 경험을 쌓은 업체들과 실버스테이 시행사가 협력해 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 잘하고 있는 실버타운 등과 협력해 노하우를 갖고 온다면 비용 산출이나 운영 부분도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구리갈매역세권 사업을 시작으로 실버스테이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 2분기부터 공공택지 중 우수입지를 대상으로 추가 공모에 나서고, 민간이 보유한 부지를 대상으로 한 민간제안 공모도 추진해 연내 실버스테이를 1500가구 이상 공모한다는 계획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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