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양부남 "계엄 사태로 5·18 악몽 속 참사 발생"
與박수영 "민주당 무책임 줄탄핵으로 국정공백"
민주당 "尹·韓, 왜 탄핵 됐는지 국민은 잘 알 것"
헌법재판관 임명·쌍특검 압박, 당분간 속도조절
여야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여지 없이 '참사 속 정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고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2·3 비상계엄사태를 엮어 정부 공세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공백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재난 대응 논의마저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 전남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 및 항공사고대책위원회 긴급 연석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규명과 대책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고 수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참사대책위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중앙정부와 전남도당·광주시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대책위가 현장에 머물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 도움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항공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의 빠른 치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전국위원회를 통해 공식 임명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취임식을 생략한 채 전남 무안 사고 현장을 찾았다. 권영세 위원장은 "정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상목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부 모든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과 희생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모시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에서 최대한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인해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해진 데다, 사안의 무게에 따른 만큼 이날엔 정쟁적 요소가 될 만한 발언은 여야 모두에서 삼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참사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2·3 비상계엄사태를 엮어 정부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 또한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야당의 압박 속에 사퇴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공백으로 재난수습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참사 속 정쟁'을 벌였다.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 겸 전남도당위원장은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12·3 내란으로 국민들이 내내 경악과 분노로 보낸 것도 모자라 이른 아침 발생한 최악의 항공기 참사로 광주와 전남을 비롯한 전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슬픔과 고통과 아픔이 많은 이 고장에 지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선포 내란으로 그동안 아팠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악몽이 떠올라 이 고향 사람들의 가슴이 놀랐고,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그런 아픔속에 다시 이런 충격적인 참사를 맞아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했다.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줄탄핵의 후과'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해 걱정이 크다"며 "국정경험이 없거나 국정이 망해도 관심없는 자가 아니라면 줄탄핵 같은 건 생각조차 않는 법"이라고 적었다.
실제 정부가 전날 가동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핵심 5개 보직 중 4개가 대행체제로 꾸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 가결 이후 대행 직을 넘겨 받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중대본부장 △기획재정부 장관의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중대본부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는다. 그러나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지난 7일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자 이튿날 사퇴했다. 아울러 재난 사태 관련 수사를 지휘해야 할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도 지난 12일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켜 직무 정지된 상태다. 민주당은 박성재 장관과 조지호 청장을 12·3 내란 사태의 가담자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수영 의원의 국정공백 책임론 제기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 참사에서 여당 의원이란 사람이 정쟁을 하고 있느냐"라며 "내란수괴 윤석열 씨, 대통령 직에 있던 그 분이 왜 탄핵됐나. 한 총리도 왜 탄핵됐는지 국민은 다 알지 않느냐. 사죄하라고 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상목 권한대행을 상대로 이른바 '쌍특검'(비상계엄·김건희 여사 특검) 공포 및 헌법재판관 임명 압박 등을 예고해오던 민주당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지역과 희생자들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전남 지역에서 나온 데다, 야당발(發) 연쇄 탄핵에 의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각되는 점이 정치적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