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영업 폐업률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자체적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니 자본금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들이 많이 몰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대출 상품은 상당히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창업자들이 신중하게 창업을 결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자금 부족한 예비 창업가 ‘솔깃’
예비 창업자인 A 씨는 최근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창업 상담을 다녀왔다. 그는 “매장 규모가 100평(약 330㎡) 이상만 창업이 가능한 브랜드여서 비용이 부담됐는데, 부족한 자금은 본사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대출 이자율이 연 18%라는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본사 직원은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이자를 내고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고금리 대출이 너무 부담스러워 창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A 씨가 눈여겨본 B 브랜드는 동종업계에서도 창업 자금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꼽힌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경쟁사의 창업 자금이 평당 250만 원인데 비해 B 브랜드는 700만 원으로 3배가량 높은 편이다. 대형 매장 중심의 출점 전략을 갖고 있다 보니, 점포 하나를 여는 데 필요한 초기 창업 자금이 8억~12억 원가량 필요하다.
이렇게 창업 자금이 비싼데도 B 브랜드의 가맹사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들은 줄을 잇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본사에서 운영 중인 대출 상품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이 막히고 신용등급도 낮은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을 하고 싶지만 자금 마련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런데 본사에서 상당 금액을 대출해준다고 나서니 혹해서 창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은행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대출 상품은 심사 기준도 까다롭고 대출금 규모도 크지 않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창업이 어려운 사람들은 결국 프랜차이즈 자체 대출이 가능한 곳을 선택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려되는 점은 프랜차이즈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출 상품의 금리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연 18%의 고이율 대출 상품을 운용 중인 B 브랜드의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보니 이율이 높은 편이다. 은행권 대출을 이용할 경우 통상 5~7%가량의 이율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권 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다 보니 프랜차이즈 업계가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고, 이 때문에 이율이 높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C 브랜드 관계자는 “초기 창업 자금은 매장 규모에 따라 최소 3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예상된다. 부족한 창업 자금은 얼마든지 본사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대출 이율은 연 13%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출 상품 금리는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금리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금리는 13.7%다.
#장사 잘돼도 이자 부담에 결국 매장 포기
프랜차이즈 본사는 ‘고매출 보장’을 강조하며,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창업을 해야 한다며 예비 창업자들을 설득한다. B 브랜드 관계자는 “월 매출이 3억 원 이상이며 그중 15~20%를 순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 가맹점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가맹점주가 본사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C 브랜드 관계자도 “월 매출이 높기 때문에 대출금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 많은 가맹점주가 무리 없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예비 창업자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큰 고민 없이 고금리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 프랜차이즈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당장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무리해서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데, 결국 모두 가맹점주 부담으로 돌아간다. 대부업 대출을 이용한 브랜드의 경우 손님이 많아도 가맹점주가 대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매장을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일부 프랜차이즈는 회사 자본을 가맹점주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주며 수익을 내기도 한다. 신용 문제 등으로 대출이 어려운 창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데, 결국 가맹점주 손에 남는 이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8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는 폐업사업자가 전년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지난달까지 1조 3019억 원 지급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820억 원)보다 10.1% 증가한 규모다.
한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돼 가게를 그만두고 싶은데, 가게 자리를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장사를 접지도 못한다. 일단 가게는 내놓은 상태로 장사를 하고 있다. 당장 문을 닫지만 않았을 뿐, 동네 가게 중 절반은 임대를 내놓은 상태”라고 푸념했다.
소비침체로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대출 이자 부담 경감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자영업자 대출 실태 조사를 한다며 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사례 등을 모집했으나 호응이 거의 없었다. 대출을 본인들의 치부라 생각해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꺼내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출 연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 마련 등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의대 진학 편법" 군위탁 편입학도 논란인데 '국방의대' 설립 가능할까
· 민간 소형발사체 발사 일정 줄줄이 연기, 왜?
· 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 지지부진한 까닭
· [현장] "K뷰티 열풍에 화장품 공장만 성황" 인천 남동공단 가보니
· [단독] 이랜드 4년 만에 온라인 명품 플랫폼 사업 철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