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중심이던 주류 유통시장을 신용카드로 전환하면 부실채권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 새로운 생태계를 선보이겠습니다.”
상지형 핀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주류 주문·결제 서비스로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핀은 지난 1일 80만 요식업 매장 대상 주류 주문·결제 플랫폼 '주몽'을 정식 출시했다. 각 매장 자영업자가 디지털 환경에서 도매상사에 원하는 주류를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주류 유통 도매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첫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다.
얼핏보면 간단한 서비스 같지만 현금 결제가 당연시되던 주류 도매시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존 주류 구매전용카드 의무화 제도가 2015년 폐지됐지만, 주류 유통시장은 여전히 직불카드와 현금사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주류 도매상과 자영업자의 영업시간 차이로 인해 도매상이 미리 고객 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대금을 받는 외상거래가 비일비재하다.
상 대표는 “가맹점 구매전용카드 결제 권한을 주류 도매상사에서 행사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상존했다”면서 “대금을 받아야 하는 주류 도매업자 입장에선 자영업자가 폐업할 경우 못 받은 금액이 고스란히 부실채권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2022년 출고액 기준 20조원에 달하는 주류 유통시장에서 10% 가량이 부실채권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핀은 지난 2023년 10월 한국핀테크지원센터로부터 위탁과제 지정을 받아 주몽 시범테스트를 거쳤다. 카드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한 핀은 주요 주류 도매상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늘어나는 젊은 자영업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상 대표는 “매장을 꾸리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입한 자영업자 입장에선 자연스레 주류 도매상에게 외상 등으로 자금을 융통했다”면서 “디지털 환경과 신용카드 거래가 익숙한 MZ 가맹점주에게 주몽 입소문이 난다면 새로운 거래구조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주류 구매·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마련했다. 가맹점 매출 정보를 바탕으로 도매상과 가맹점 모두 관리 효율을 향상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 가맹점 대상 매출 선지급·대출 등 금융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벤처기업 인증도 마쳤다.
상 대표는 “현금·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로 결제 수단이 전환되면서 축적된 정보로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마케팅, 서비스 개발, 재무 등 인력을 충원하고 자금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