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농자재업계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경기가 가라앉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면서 농기계·비료·농약·종자 등 4대 업종은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농기계업계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고 종자업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품종 개발로 활로를 모색했다. 농자재시장이 받아 쥔 올 한해 성적표를 정리했다.
◆부진 늪 농기계업계…수출 대상국 다변화에 주력 =농기계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침체했다. 농협경제지주가 집계한 올 1∼11월 주요 농기계 누적 융자실적은 6375억8424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다. 쌀값 하락 등으로 농가 구매여력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미 등 주요 수출 대상국에서도 부진했다. ‘하비파머(hobby farmer·취미로 농사짓는 사람)’가 급감했고, 고금리 여파로 신제품 구매심리가 주저앉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체들은 동남아·유럽으로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했다. 10월30일∼11월2일 2년 만에 열린 ‘2024년 대한민국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KIEMSTA·키엠스타)’엔 20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몰려들며 국내 최대 농기계·자재 전시회로 또다시 자리매김했다.
◆고환율 신음 비료업계…무기질비료 예산 지원 무산에 ‘비명’=4월 ‘바이오차’를 비료로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공정규격 고시가 개정되면서 비료업계엔 신시장 창출에 따른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1년 내내 고공행진을 거듭한 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농지면적 감소 등으로 올해 무기질비료 사용량은 92만t으로 추산, 전년(95만t) 대비 3% 줄었다. 더욱이 내년도 무기질비료값 인상분 가격 보조 지원사업 정부 예산이 한푼도 책정되지 않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인산이암모늄(DAP) 수출을 또다시 통제하면서 내년도 비료업계 시계는 ‘제로’ 상태에 빠졌다. 10월말 지역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신고기한이 다행히 연장됐지만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내수 위축 농약업계…해외선 잇단 낭보=작물보호제시장도 위축되긴 마찬가지다. 11월말 기준 관련 업체 대다수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선전한 기업은 동방아그로·신젠타코리아 정도다. 한국작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기준 작물보호제 누적 출하량은 1만6160t으로 전년 동기(1만7100t) 대비 5% 하락했다. 11월엔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자사 제품의 국내 판권을 팜한농에 넘겼다. 해외에선 낭보가 날아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작물보호제 수출액은 4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9.3% 증가했다. 팜한농의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는 올해 브라질을 포함한 해외 10개국에서 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기후위기 최전선 종자업계…연구·개발(R&D) 뚝심 보여줘=폭염·폭우·폭설이 잇따르면서 극단적 기후변화에 잘 버티는 종자 수요가 한층 늘어난 해였다. 사과 중에선 ‘시나노골드’와 여름 고온에 강한 ‘아리수’가 이름을 날렸다. 일본 유래 포도 품종인 ‘루비로망’에 대해 현지 지방자치단체가 제기한 상표권 분쟁은 해를 넘기게 됐다. 매년 매출액의 20%를 R&D에 투자해온 농우바이오는 ‘제20회 대한민국 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서 3개 품종을 동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농촌진흥청은 육종 과정 전반을 디지털 방식으로 하는 ‘한국디지털육종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박하늘·조영창 기자 sk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