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랜드마크]쌍용건설 '마리나 베이 샌즈', 해외건설 명가의 실력 입증

2025-04-29

래플즈시티 건설 20여 년 뒤 글로벌 건설사 제치고 수주

특수공법으로 기울기 52도 건물 디자인 등 불가능 해결

싱가포르 랜드마크이자 쌍용건설 '해외건설 명가' 상징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K-건설 랜드마크]쌍용건설 '마리나 베이 샌즈', 해외건설 명가의 실력 입증

◆'기술력의 상징' 쌍용건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에 도전하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축물이 바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다. 특히 최고 57층 3개의 건물 위에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가 얹혀진 장관은 누구든 감탄을 내뱉게 한다. 그리고 해당 호텔을 대한민국 건설사가 지었다는 사실은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 회사가 바로 쌍용건설이다.

당시 쌍용건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알려져 있었다. 1977년 10월 쌍용양회에서 분리된 후 곧바로 해외 건설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해외 진출 2년여 만인 1980년 8월 공사비 4억 달러 규모 래플즈시티 쇼핑센터 사업을 수주하며 기염을 토해냈다. 싱가포르 개발은행이 발주한 해당 사업은 73층 2065개 객실 호텔과 42층 오피스빌딩 등으로 구성된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호텔은 1986년 완공 당시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층 호텔로서 이름을 올렸다.

쌍용건설은 착공 5년여 만인 1986년 10월 래플즈시티 쇼핑센터를 개관했다. 1985년 8월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 독립 26주년 기념연설에서 "한국인이 진취적이라는 사실은 싱가포르 모든 국민이 직접 확인했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래플즈시티 성공으로 대한민국 건설기술력의 상징이 된 쌍용건설은 20여 년 뒤인 2007년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중심상업지구 인근 매립지에 총 35억 달러를 투입, 2009년 12월까지 2600객실 규모의 호텔과 5만4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센터, 1만 명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 광장, 2000석 규모의 극장 2곳, 카지노, 예술사 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싱가포르 정부의 국책사업이었다.

당시 쌍용건설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쌍용그룹이 해체되고 1998년에는 워크아웃을 겪는 시련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약속의 땅 싱가포르에 다시 한번 발을 내디뎠다. 1년여 간의 치열한 수주활동 끝에 일본·프랑스·홍콩 등 전 세계 13개 건설사를 꺾고 공사비 6억8600만 달러의 대형 공사를 따냈다.

◆글로벌 건설사들도 절레절레…쌍용건설, 불가능을 해내다

쌍용건설은 글로벌 건설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고민이 컸다. 건설 난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 모셰 사프디는 트럼프 카드 2장이 서로 기댄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디자인했다. 들 입(入)처럼 건물 3개 동 모두 한쪽 건물이 반대편 건물에 기대도록 했다. 그 기울기가 무려 52도인데 쓰러지는 듯한 건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5.5도) 10배에 달한다. 불가능하다시피 한 요구에 입찰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나왔을 정도였다.

쌍용건설은 교각에서 사용하는 공법을 마리나 베이 샌즈에 적용하는 기발함으로 이를 해결했다. 콘크리트 타설 전 관을 설치하고 그 안에 강연선을 넣어 한 방향으로 잡아당겨 고정하는 포스트텐션이라는 기술이다. 벽면 한쪽에 직경 15mm 강철선 19가닥을 넣어 아래쪽에서 당기도록 했다. 팽팽해진 강철선은 층과 층을 수직으로 연결해 주면서 지지대 역할을 해 기울어진 건물이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했다.

길이 340m, 1만2000㎡ 규모에 달하는 배 모양의 스카이파크도 문제였다. 중형차 4300대와 맞먹는 약 6만톤의 무게인 스카이파크를 지상 200m 건물 옥상까지 올려야 했다. 게다가 스카이파크의 한 쪽은 건물보다 60m 이상 튀어나와야 했다. 쌍용건설은 스카이파크 뼈대 조각을 지상에서 만든 후 기중기를 통해 옥상으로 들어 올린 뒤 하나씩 연결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수백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대형 특수 크레인을 사용했다. 그렇게 쌍용건설은 건물 위 스카이파크를 연결하는 작업을 세계 최초로 해낼 수 있었다.

또 다른 어려움은 호텔이 들어선 땅이 매립지라 지반이 무르다는 점이다. 쌍용건설은 지반을 굴착해 안정액을 채워 지반의 붕괴를 막고 지하수의 침투를 차단하는 지하 연속 벽 공법을 통해 해결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완성한 쌍용건설, 해외건설 명가 타이틀 얻다

이런 어려움과 27개월이라는 짧은 공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쌍용건설은 2010년 6월 마리나 베이 샌즈를 완공했다. 최대 6000명의 인원이 24시간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1200만 시간 무재해를 달성한 것이다. 모셰 사프디는 "보통 공사를 할 때는 설계가 수정되곤 하는데 마리나 베이 샌즈는 4년 전 설계안과 똑같이 지어졌다"며 쌍용건설의 기술력에 혀를 내둘렀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단순 호텔이 아닌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싱가포르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빠짐없이 방문하고 있다. 2018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개최 전날 밤 이곳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29일 국토교통부 주최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60주년 기념식'에서 해외건설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해외건설 10대 프로젝트는 온라인 국민투표로 뽑은 뒤 전문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쌍용건설은 마리나 베이 샌즈의 성공을 통해 '해외건설 명가'라는 타이틀 얻었다. 2022년말 글로벌세아 그룹으로 인수된 이후에도 해외에서 활약은 여전했다. 지난해 2월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특급호텔인 '아틀란티스 더 로열'을 준공했다. 코로나19 창궐과 어려운 공사 난이도를 딛고 역시 쌍용건설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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