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우승의 상징은 단지 트로피나 반지에 그치지 않는다. 눈부신 샴페인 세레모니 한복판에 선수들은 얼굴을 가리는 선글라스와 스키 고글을 쓰고 있다. 미국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런 트렌드, 어디서 왔을까”라며 “단서는 세 글자 바로 NBA”라고 10일 전했다.
미국 야구와 농구에서 시작된 ‘샴페인 고글’은 원래는 단순히 눈을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장비다. 미국프로야구(MLB) 스타 데이비드 오티즈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수영 고글을 쓰고 샴페인을 맞았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선 2013년 레이 앨런이 우승 세리머니에서 고글을 착용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스테픈 커리, 야니스 아데토쿤보, 르브론 제임스는 물론, 최근에는 제이슨 테이텀까지 커스텀 고글로 우승을 자축했다. 디애슬레틱은 “나이키, 언더아머, 조던 브랜드까지 NBA 스타들의 고글에 로고를 새기며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 마케팅 무기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이 문화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 축구에 이르렀다고 매체는 해석했다. 샴페인 고글이 유럽에서는 ‘챔피언 선글라스’로 진화 중이다. 선두주자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17세 신성 라민 야말이다. 야말은 지난 4월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뒤 두 개 선글라스를 겹쳐 쓰고 트로피를 들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MVP 스콧 맥토미니, 나폴리의 앙귀사와 루카쿠도 각각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단은 빌바오에서 유로파리그 우승 후 라커룸에서 스키 고글을 착용했다. PSG의 아크라프 하키미와 데지레 두에 역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세리머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우승 선글라스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바이에른 뮌헨의 미카엘 올리세는 분데스리가 우승을 기념하며 선글라스에 더해 미국 힙합 문화에서 유래한 ‘그릴즈’ 치아 장식을 착용했다. 우승이 단순한 스포츠 결과를 넘어 ‘비주얼 승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말은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50센트”라고 말했다. NBA와 힙합이 결합해 만든 독특한 스타일이 다시 축구 유망주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셈이다. 디애슬레틱은 “NBA에서 슈팅 슬리브를 유행시킨 앨런 아이버슨처럼, 이제는 선글라스 하나가 새로운 챔피언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가장 쿨한 건 축구 선수들’이라는 NBA 스타 지미 버틀러의 말처럼, 축구는 이제 그 쿨함을 스타일로 완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어 “스포츠에서 패션은 부수적인 시대는 끝났고 지금은 트로피와 함께 무엇을 입고, 무엇을 쓰느냐가 진짜 챔피언을 만든다”며 “그리고 그 시작점은 분명히 NBA 라커룸에서 시작된 고글 하나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