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중간착취자 맞다" 의협회장 출마, 강희경 교수의 고백

2024-11-27

전공의들이 ‘교수는 중간착취자’라고 말해도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돌아보니 저희가 받았던 것처럼 애들(전공의)한테 했더라고요

내년 1월 치러지는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수련병원 교수들을 향해 “착취 사슬에서 중간관리자”라고 비판한 데에 대한 답이다.

강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 많이 보라고 하면, 환자 많이 받고 그랬다. 교수들도 힘드니까 애들(전공의)이 힘든 것에 대해서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전공의들 나가고 막상 당직서고 오더(처방) 해봤더니 (수련과 관련 없는)쓸데없는 일 많이 하고 있었더라”고 말했다. 이날 당직이었던 강 교수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후 5시에 퇴근한다고 했다.

강희경 교수의 고백은 의외다. 그는 얼마전 사직 전공의 A씨와 다툰 페이스북 DM(다이렉트 메시지)이 공개되면서 지난 6~8일 재신임 투표까지 붙여졌다. A씨는 지난달 10일 서울대에서 열린 ‘의료 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강 위원장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악수하는 모습을 문제 삼았다. ‘왜 토론회를 열어 정부에 이용당하느냐’는 취지였다. 강 교수는 찬성률 77.7%로 재신임 됐다.

서울의대 교수들의 지지는 재확인했지만, 강 교수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만큼 의정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한 의대 선배의 이러한 우려가 섞인 ‘응원 전화’를 받았다. 강 교수를 응원하지만 전공의와 벌인 설전이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전공의 사이에선 스승인 의대 교수들을 향한 불만도 있다. “의대 교수도 병원을 떠났으면 사태가 진작 해결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강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의사 파업한다고 신문에 난 소식을 보고 ‘환자들이 못 오면 어떡하지’라고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루 휴진도 막상 하려고 하니 중환자실이 걱정돼서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의정갈등 해법은 의대 정원이 아닌 ‘전공의 수련환경’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련 현장의 ‘디테일’ 개선은 다른 의협 회장 후보들보다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 교수 외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3인은 모두 개원의다.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의대 교수는 역대 세 번째로, 그만큼 이례적이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에서 의대 교수가 수장이 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대 동기인 남편도 처음에 반대했다. 강 교수는 “남편이 의협 사정을 잘 알아서 ‘꼭 네가 해야겠어’라고 했다”면서 “48시간 설득 끝에 동의를 얻었으니 당선 위해 다양한 의료계 직역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다른 의협 회장 후보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사실 의정갈등 상황이 아니었으면 의협 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았을 거다. 저를 아는 이들 대다수가 말리기도 했다. 제 MBTI가 ISTP인데,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의대 비대위원장 하면서 의협이 대표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부 관계자들 만나보면 의대 증원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말한다. 의협도 국민 지지 위한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

새로운 의협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국민이 보기에 의협이 고집불통 집단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의협이 개원의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전공의 등 다른 목소리가 반영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의협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각 시도의사회 선생님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차기 의협은 모든 의료계 직역의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의 소통을 비판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있다

상대방(정부)에게 왜 마이크를 주냐는 비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가 마이크를 안 준다고 정부가 마이크를 안 잡나.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불통, 의사 직역을 악마화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정부와의 대화도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정부 측 인사들이 의대 증원 추진 방식의 개선을 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4000명을 이야기를 꺼내 황당했다.

의협 비대위는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3월이 됐을 때 교육 가능한 숫자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기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이 문제의 심판이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쟁점을 공론화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판은 국민이다. 이대로 가면 제대로 된 의대 교육 없이 의사들이 사회에 배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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