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노벨상 “꿈은 이루어질까?”

2024-10-16

최근 각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며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치과계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매년 지속됐다. 다만 아직 노벨상 수상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역사상 노벨상 수상에 가까이 다가갔던 치의학자는 과연 누가 있었을까?

노벨위원회 기록보관소(Archive of the Norwegian Nobel Committee)에 따르면, 치과의사 최초로 노벨상 후보자로 지목된 이는 독일의 칼 뢰제(1864~1947년) 박사다.

그는 치아 우식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07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지명됐다. 특히 그는 오늘날 다중 센터 연구의 선구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후보 지명은 단 한 번에 그쳤다.

스위스의 월터 헤스(1885~1980년)는 치아 보존, 근관 조직학 분야에서 치수 및 근관 주위 조직에 대한 활력소실제, 살균제, 항암화학요법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로 1949년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올랐다. 특히 근관의 해부학 및 발달에 대해 그가 집필한 책들은 현재도 치과 저널과 교과서에서 종종 언급되고 있다.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이자 여성 치의학자인 영국의 메이 멜런비(1882~1978년)도 있다. 그는 식이요법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 등 치아 건강과 치과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천착했다.

특히 메이 멜런비는 치의학자 중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연구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같은 해에 세 차례나 후보로 지명됐으며, 노벨위원회도 “치아 발달, 질병 예방에 비타민 D·A의 중요성에 대한 발견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 임플란트의 아버지이자 일명 ‘브레네막 임플란트’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퍼 잉바르 브레네막(1929~2014년) 교수도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과 뼈의 골유합(Osseointegration) 현상 연구로 치과 임플란트 분야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벨기에의 한 연구자가 노벨상 후보 지명자(nominator)로 있었고, 당시 재임 중이던 미셸 에르덴 세계치과의사연맹(FDI) 회장도 브레네막 교수를 강력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그 밖에 치과 임플란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미국의 레너드 린코(1926~2017년) 박사도 1969년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지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 “임상 편중 연구 관행 과감히 바꿔야”

노벨위원회 기록보관소의 비밀 유지 원칙에 따르면, 시상 후 50년간 후보자와 후보 지명자이름은 공개가 금지돼 있다. 때문에 후보 지명자를 통하지 않고는 최근 공식 기록은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실제로 후보에 오른 치의학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치과계에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생물학, 의학 등 타 분야에 비해 좁은 인재풀을 첫손에 꼽았다.

치과계가 노려볼 수 있는 노벨 생리의학상의 경우 매년 가을마다 전 세계 약 3000명의 학자에게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서신이 발송되는데, 이렇듯 ‘지명자’로서 노벨상 후보를 추천할 인적자원이 우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노벨상 수상 등 의학사와 의료윤리 등을 연구하는 닐스 한슨 뒤셀도르프대 교수는 “20세기 전반 노벨상 후보 지명사로 활동한 치의학자는 단 두 명이었다. 또 노벨위원회에 치과의사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꼬집었다.

또 치의학 연구가 기초연구보다는 임상 중심의 연구에 편중돼있는 만큼 기존 관행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진다. 앞서 언급된 노벨상 후보자 윌터 헤스에 대해 노벨상 위원회가 내린 “여러 개의 작은 발견과 연구를 제시한 것일뿐, 노벨상을 받을 만큼 위대하고 독창적이진 않았다”라는 평가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치과계 원로 교수는 “치과계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기초 과학 연구를 강화하고, 학제 간 연구를 촉진하며,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구강과 전신 건강의 연관성, 재생의학, 바이오소재 개발 등 단 하나라도 인류를 위한 혁신적인 발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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