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절차·중복조사·불명확 규제 등 3대 분야 개선 요구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복잡·불필요 절차, 과도한 자료 요구·중복 조사, 불명확·경직적 규제 등 3대 분야 32건의 '행정편의적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경협은 정부가 행정 편의를 목적으로 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온 만큼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유연한 사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규제의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전자제품 등의 제조설비 위치를 옮길 경우 작업 시작 15일 전까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비롯해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공장 안에서 기계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단순 작업에도 수수료(전기계약용량에 따라 8만4000원~18만3000원)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00만원(시행령상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한경협은 단순 위치 변경에도 심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최초 설치 시 이미 심사받은 설비나 동일 종류 설비를 옮길 때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의무를 면제해달라고 건의했다.
일반 건축물은 해체 공사 완료 신고를 하면 멸실 신고까지 자동으로 처리되지만, 가설 건축물은 해체 공사 완료 신고를 하더라도 멸실신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추가적인 행정 처리가 요구된다. 기업은 공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며 미신고 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불필요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경협은 가설 건축물도 해체 공사 완료 신고로 멸실까지 자동 처리되도록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화주 및 신고인은 수출입신고필증을 최대 5년간(수입신고필증 3년) 종이 서류나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전산 매체에 보관해야 한다. 전자문서로 작성하거나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하는 것은 인정되지만, 관세청 전산망(UNI-PASS)에 저장된 문서는 인정되지 않아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하며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경협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조회할 수 있는 자료를 출력하거나 디스크 등 전산 매체에 다시 보관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며, 신고필증 보관의무를 면제하거나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공인업체)부터 보관의무를 단계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진행되는 수·위탁 거래 실태조사(중소벤처기업부)와 하도급거래 실태조사(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내용이 비슷한데도 기관별로 조사가 따로 진행되고 있어 기업이 체감하는 행정 피로도가 높다. 기업들은 같은 조사를 두 번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각 법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갖는다.
한경협은 조사 권한을 통합해 중복된 행정조사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령은 근로 금지·제한 대상인 '감염병'을 단순히 '전염될 우려가 있는 질병'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감기, 결막염 등 단순 감염성 질환의 경우, 위험성은 현저히 낮지만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근로자 출근 시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경협은 해당 기준을 감염병예방법상 2급 이상 감염병 기준을 준용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압가스 제조시설은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만 착공이 가능하나, 법령상 '착공'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시설 설치 전 준비행위로 파일 공사에 착수할 경우, 이를 '착공'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해석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사전 허가를 요구하면서 사업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공정 차질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협력업체 계약 지연 등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경협은 불필요한 행정협의가 필요하지 않도록 착공 시점을 '파일 공사 이후의 기초공사 착수'로 정의하는 등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복잡한 절차, 불필요한 서류 요구, 중복 조사, 모호한 규정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 행정편의적 규제"라며 "수요자·현장의 관점에서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면 행정 효율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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