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中 광저우 매각으로 삼성·LG전자 TV 제조 로드맵 변화 관심
양사 중화권 LCD 비중 늘려야…LGD-CSOT 계약에 따라 단기 리스크 피할수도
LG디스플레이의 '탈(脫)LCD' 수순으로 이 회사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조달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25년도 TV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는 줄어드는 LG디스플레이 LCD 물량만큼 중국 업체에게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BOE와 분쟁중인 삼성전자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을 내년 1분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사는 중국 TCL그룹 디스플레이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에 양도하는 계약을 지난 9월 체결했다.
이번 매각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것으로, 향후 TV 등 대형 LCD 생산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광저우 공장 매각으로 2023년 6.2%이던 LG디스프레이 LCD 점유율이 2024년 4.2%, 내년 4.0%로 줄어들고 2027년에는 1.8%까지 쪼그라들 것으로 봤다.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TV용 LCD 패널을 생산해온 샤프도 지난 8월 LCD TV 패널 생산공장 문을 닫았다.
한국과 일본 패널 회사들이 하나 둘 LCD에서 손을 떼면서 이들 회사에서 LCD 패널을 공급받아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제조 로드맵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에 주요 패널 공급사로 차이나스타, 샤프의 자회사 사카이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CD 패널도 포함된다.
샤프와 LG디스플레이 물량이 줄어드는만큼 앞으로 삼성은 대만(AUO, 이노룩스), 중국(BOE, 차이나스타, HKC) 등 중화권 패널사에서 LCD 패널을 사와야 한다.
우선 BOE와는 여러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BOE는 삼성전자(중국법인)와 삼성디스플레이(중국법인)를 상대로 지난해 5월 LCD(액정표시장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BOE를 상대로 스마트폰용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상은 아이폰 12 이후 사용된 모든 아이폰의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이다. 삼성이 분쟁 당사자와 패널 공급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나머지 중화권 회사들과는 협의에 따라 거래량을 늘릴 수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이 자국 TV 제조사에게는 저렴하게, 한국 TV 기업에게는 비싸게 LCD 패널을 주게 되면 제조사에게는 고스란히 원가 부담이 된다. 이는 판매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장 경쟁력 하락과 직결된다.
메리츠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팹 매각 종료 이후 "중국의 글로벌 LCD 패널 점유율은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패널 생산 주도권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을 뜻한다"면서 "중국 LCD업체들은 정체된 TV 시장 내 가동률 조절을 통한 판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LCD 조달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궁여지책으로 OLED TV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2025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LCD 공장 매각으로 주요 TV 기업의 LCD 조달 리스크가 상승해 OLED 비중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이 패널 가격 정책을 한·중·일 기업에게 각각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영향을 줄이려면 OLED쪽을 확보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OLED TV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OLED TV 점유율은 금액 기준 2023년(연간) 21.4%에서 2024년(3분기 누계) 27.3%로 늘었으며 수량 기준으로도 16.6%에서 23.5%로 뛰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OLED 패널을 조달하고 있다. 공급 리스크에서 안정적인 국내 OLED 물량을 늘려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DSCC는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500만대의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에 가까우며, 단기적으로는 LCD 조달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광저우 팹 매각 시 LCD TV 패널 공급에 영향이 없도록 LG디스플레이-차이나스타가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DSCC는 올해 초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장기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공장 매각 시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사전에 당사자끼리 장기 계약을 한다. 앞으로 큰 변동 없이 삼성전자가 LCD 물량을 가져갈 것으로 본다"면서 "계약 기간이 1~5년일지는 알 수 없지만 당분간 다른 회사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화권 LCD 패널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분기보고서에 LCD 모듈 주요 공급사로 LG디스플레이, BOE 이름을 올리고 있다.
LCD 패널 안정적 공급을 골자로 LG디스플레이-차이나스타가 매각 계약을 맺는다면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 LCD 조달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OLED TV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는 "올레드 TV와 QNED TV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TV 전략을 이어가는 동시에, 연 매출 1조원으로 성장한 webOS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