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청소년 정신건강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2024-10-01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아동·청소년 자살 통계가 발표됐다. 초중고생 자살자 수는 2014년 한 해 118명에서 2023년엔 214명으로 10년 새 81% 늘었다. 이 중 초등학생은 같은 기간 7명에서 15명으로 114%, 중학생은 28명에서 93명으로 232% 급증했다. 고등학생은 83명에서 106명으로 28% 증가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죽음을 생각할 만큼 삶이 힘들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지난달 30일 공개된 또 다른 자료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 ‘아동·청소년 우울 및 불안장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만3070명으로 2018년 3만190명과 비교해 75.8% 증가했으며,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아이들도 같은 기간 93.1% 늘었다. 불안과 우울을 겪는 아동·청소년 중 그 숫자가 더 도드라지게 증가한 연령대는 초등학생에 속하는 7~12세였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은 5345명으로 5년 전인 2018년의 2499명보다 113.9% 증가했고, 불안장애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도 같은 기간 136.6%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의도성 자해 청소년 환자의 치료비율은 10년 새 2.3배 늘었다. 남성보다 여성 청소년이 3배 이상이다.

자해와 자살 충동이 아동·청소년에게 흔한 일이 된 대위기 시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교육부와 복지부, 여가부 등 관련 부처가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이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에 예산을 올인하고, 복지부는 진료할 의사들을 없애고, 여가부는 폐지가 예고된 부서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자해, 자살, 우울과 불안의 원인으로 알려진 이유들은 정신건강 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학업 스트레스, 고립과 외로움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실제 효력을 발휘할 대담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되는 아이들 마음의 위기는 더 깊은 상처와 함께 깊은 늪에 빠지는 형국이다. 결국 무기력하거나 중독에 빠지는 아이들이 대거 늘어나고, 등교하지 않는 초등학생들, 은둔하는 청소년들도 대폭 늘어서 일본이 겪은 고통스러운 하류사회 입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지난해 10월 미국 33개 주(州)정부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가) 청소년의 강박적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심리조작 기능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메타를 상대로 자살, 자해 및 우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SNS 중독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달 17일 특단의 정책이 발표됐다. 인스타그램 10대 접속자들에게는 자극적 방식의 알고리즘이 폐지되고,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리고, 비공개 설정을 기본으로 했다.

어른들 모두가 나서서 죽음의 골짜기를 찾는 아동·청소년을 구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마음 관련 수업을 하게 하고, 상담사를 대거 채용해야 하며, 학교 자문의 파견 및 방문이 더 잦아야 한다. 또한 패스트 트랙 진료와 함께 마음돌봄의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정책이 가동돼야 한다. 대만의 정신건강 휴식, 호주의 마음수업, 유럽의 갭이어(Gap year·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등의 경험을 쌓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 정책 등 대담하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불안, 우울, 자해는 질병이면서 동시에 신호다. 외로움, 존재감, 부담감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아동·청소년에게 등을 돌리지 말라. 공부한 다음에 마음을 돌보라고 하지 말라. 지금이 바로 학교 건강 및 정신건강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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