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 재추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대통령(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정부의 미곡 의무매입 ▲양곡 가격안정제 신설 ▲논 타작물 재배지원 등을 뼈대로 삼은 여야의 ‘양곡법 개정안’이 모두 9건 발의됐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쌀값정상화법(양곡법) 등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윤석열(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최종 입법에 성공하지 못한 민생법안”이라며 “이제는 거부권에 가로막힐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곡 의무매입…“정부가 판단”=‘양곡법’에 대한 전 정부의 첫 거부권이 행사된 2023년 4월 당시 개정안에는 ‘미곡의 과잉생산 등으로 초과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 생산량의 100분의 3 이상이 돼 미곡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등 수치 기반의 시장격리 발동 기준이 명시돼 있었다. 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게 한 조항이다. 이를 두고 과잉생산과 작목 편중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발동요건에 정부 판단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후 발의된 개정안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의무매입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미곡 가격이 위원회가 정한 기준 이상으로 급락하거나 하락이 우려될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양곡 가격안정제 신설…‘쌀 변동직불제 부활’ 논란도=양곡 가격안정제는 시장가격이 공정가격(기준가격) 아래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장치다. 기준가격은 직전 5년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농식품부 장관이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시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의무매입과 기준가격 결정 모두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만큼 과잉생산이나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 농업계 관계자는 “과거 쌀 변동직불금의 목표가격도 시위나 여론에 따라 정무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위원회가 설치되더라도 정부가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하기보다 농민단체와의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타작물 재배지원 명문화=민주당 발 개정안에는 논 타작물 재배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농식품부 장관이 타작물 재배면적을 관리하고, 타작물 재배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다만 기존 벼 재배농가가 ‘어떤’ 작물을 심게 하고, ‘어떻게’ 지원할지는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그동안 밀·가루쌀·논콩 등으로 전환을 유도하며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배수시설 등 열악한 재배 기반과 낮은 수익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산 문제도 여전한 걸림돌이다. 전략작물직불제 단가 인상 요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작목 전환으로 발생한 수익성 저하를 메우기에는 예산 제약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론 법안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타작물 재배지원 등 조항을) 논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당에서도 미곡 의무매입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미곡 가격이 평년보다 7% 이상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될 때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양곡법 개정안’을 9일 발의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