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패권경쟁 차원에서 초당적 이슈다. 정권교체로 많은 것이 바뀌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예컨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전임자의 ‘AI 안보각서’와 해외 AI 전문가 이민규정 완화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완화·혁신을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안정성·윤리성을 고려해 마련한 AI 기술 규제를 철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나온 ‘AI 행정명령’의 폐기가 예상된다. ‘AI 행정명령’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최초의 연방 차원 AI 규제다. AI 모델의 안전성 확보가 목적이다. 트럼프는 이를 ‘불법 검열’이라고 비난하며 “표현의 자유에 뿌리를 둔 AI 개발로 대체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1기는 2019년 ‘미국 AI 이니셔티브(American AI Initiative)’를 추진했다. AI와 관련해 연구개발 투자, 교육·훈련, 국제 협력을 증진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이었다. 목표는 미국의 AI 기술 우위 유지와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의 강화였다.
트럼프는 비대칭성을 중시한다. 비대칭성은 상대방에겐 없는 나만의 ‘한 방’에서 나오는 ‘초격차’다. 비대칭성은 경쟁사·경쟁국에 대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이나 국방·외교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AI는 여러 요소를 융합해 총체적인 비대칭성을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 최근 미국 기업 스페이스 X는 우크라이나에 저궤도 인공위성 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했다. 미군은 러시아 지휘관을 통신 트래픽을 통해 자동으로 찾아내 공격하는 AI를 공급했다. 러시아는 속수무책이었다.
AI 규제 약화와 산업육성을 통해 상호 이질적인 요소를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군사방위력의 우세를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국익과 패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 트럼프 2기의 정책이다. 선거캠프 내부 문서에 의하면, 더 확대된 지원 정책인 ‘AI 맨해튼 프로젝트’를 검토할 것이다.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AI 비대칭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력을 구성하는 산업력과 국방력을 증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벤치마킹할 것인가. ‘이질적 융합’이다. 이질적 융합은 세계 최상의 AI 소프트웨어·반도체 연구개발 능력, 원조 격인 항공우주 기술, 활발한 민군 기술상호교류 등 미국이 AI 비대칭성의 압도적 우위를 가져오는 비결이다.
우리는 미국이 기초과학의 장기적 육성, 최신 연구와의 상호작용 채널 마련, 민군 협력 강화 등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안다. 무엇보다도 융합의 정점에 서 있는 AI 인재 육성과 확보가 중요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수화 한림대학교 AI융합연구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