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지금은, ‘오펜하이머 모먼트’
현대 전쟁 판 바꾸는 AI
열심히 전쟁터를 뛰어다니던 당신, 먼 발치 수풀에서 적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가까이 가보니, 웬걸. 사람이 아니라 사족보행 로봇개다. 초소형 인공지능(AI) 드론 폭탄을 꺼내 위치 정보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니 알아서 날아가 로봇개를 타격, 상황은 종료됐다.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리지만, 이런 전쟁 먼 미래가 아니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AI 로봇개, 드론이 사람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전우가 될 수도. 아니, 잠깐. 진짜 “아스타라 비스타 베이비(스페인어로 ‘잘가’라는 뜻, 영화 터미네이터 극중 대사)”를 외치는 킬러 로봇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뉴욕타임스 등 외신과 채텀하우스 등 유명 싱크탱크부터,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너도나도 군사기술과 AI의 결합을 두고 ‘오펜하이머 모먼트’라며 한마디씩 얹는 중.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인류 역사를 뒤바꾼 핵무기를 제조한 죄책감을 떠안은 줄리어스 오펜하이머 박사처럼, 스스로 판단해 사람을 죽이는 AI가 로봇과 결합해 언젠가 인류의 존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AI 킬러로봇, 정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목차
1. AI 장착 무기, 전쟁의 미래?
2. AI 군사 ‘터닝 포인트’
3. AI 군대, 최강국은
4. AI 킬러로봇이 인류를 멸망시킬까
5. AI가 바꿀 전쟁의 미래
1. AI 장착 무기, 전쟁의 미래?
AI, 이미 현 시점 전쟁터에서 없으면 안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야전(野戰)을 누비며 전쟁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는 초소형 드론부터 지휘실에서 사령관의 결정을 돕는 똑똑한 참모까지 모두 현실이 됐다.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을 외치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휴머노이드 로봇까진 아니더라도, 사실상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갖춘 AI 기술이 전쟁터를 장악했다.
① 야전에서: AI 드론, 미래 전쟁
저렴한 휴대용 유도탄: 작게는 12㎝에 불과한 초소형 드론. AI를 탑재하면 ‘만능 무기’로 변신한다. 원래 드론은 원격에서 사람이 조종하거나, GPS(위성항법장치) 경로를 미리 입력해 비행한다. 그런데 AI를 탑재하면 스스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으며 정찰한다. 여기에 폭탄을 실으면 가격이 400~500달러(소형 드론 기준, 약 55만~69만원)에 불과한 유도탄으로 변신. 현재 고성능 유도폭탄(JDAM)은 한 개에 3000만원, 공대지 유도미사일(AGM)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도 않고 요격이 힘들어 더욱 치명적이다. 글로벌 AI 방산업체 팔란티어의 전유광 국방·공공분야 고문(예비역 육군 소장)은 “현재 자율 무기체계가 탑재된 각종 드론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