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갑한 도심 속에서 그리고 매일이 똑같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자연을 그리는 일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전 아나운서 지금은 ‘방송인’ 김대호는 그러한 현대인의 이상을 가장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인왕산 자락을 늘어뜨린 서울 홍제동, 도심 속 자연에 살면서 그는 집안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비바리움’에도 열심이다.
그의 자연, 자유에 대한 여정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또한 아나운서로서 절정의 활동력을 보여주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갑자기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14년을 근무한 MBC를 퇴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느 도식적인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과는 분명히 달랐던 그의 행보에, 보통 자사 퇴사 아나운서를 다시 안 쓰는 방송사의 불문율도 깨졌다.

김대호는 아직도 MBC ‘나 혼자 산다’와 ‘구해줘! 홈즈’ 등 주요 예능에 출연 중이며, 프리랜서의 수혜를 입어 타사였던 JTBC 디지털 스튜디오 제작 웹 예능 ‘흙심인대호’에도 출연 중이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스스로도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김대호의 모습은 모두의 ‘로망’에 가깝다.
“퇴사가 2월4일 수리됐으니, 이제 막 6개월이 됐네요.(웃음) 14년 회사생활의 12년 정도를 수동적으로 일하다, 나머지 2년을 12년처럼 바빴는데 또 나오고 나니 또 일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아나운서로 보이던 모습 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개인 MC를 할 수 있는 곳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만 않으셨으면 해요.”

그가 출연하던 ‘나 혼자 산다’나 ‘구해줘! 홈즈’에서는 여전히 자연을 사랑하는 모습과 대한민국 방방곡곡 멋진 곳으로의 임장에 진심인 모습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김대호의 근황 중 가장 다른 점을 고르라면 ‘농사 예능’이다. 그는 5월8일부터 JTBC 디지털 스튜디오 제작 웹 예능 ‘흙심인대호’에서 진짜 농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일산 경계지역 어느 마을에서 직접 밭을 일구며, 지인들을 불러 식도락도 즐긴다.
“아나운서로 하지 못했던 좀 더 거칠고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는 유튜브 예능에 관심이 있었어요. 자극적인 예능이 많지만, 이럴 때 재미는 없지만 편하게 틀어놓을 수 있는 예능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 양평에서 자라며 아버지, 삼촌들의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그래서 제가 80~90%는 농사를 주도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흙심인대호’에서는 김대호의 못 보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농사를 하다 수시로 ‘대자’로 뻗어 쉬기도 하고, 구독자들을 위한 라이브 영상에서는 현금후원에 밭을 구르는 ‘자본주의 리액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나운서로서는 새로울 수 있으나, 예능인으로는 평범할 수 있다. 김대호의 고민은 그런 부분에도 머물러 있다.
“그동안의 활동에서는 선배와 아나운서 동료들이 ‘아나운서’라는 네 글자를 지켜주고 만들어 준 것 같아요. 5~6년 전이면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도, 지금은 재밌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 주시는 모습이 또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시기가 잘 맞물렸다고 보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죠.”

아나운서로도 ‘기인’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로운 그였지만, 지금은 그 자유를 좀 더 책임 있게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이전의 자유가 김대호에게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로서의 자유였다면, 지금의 자유는 열심히 일하다 지치고 힘들 때 진정 쉼을 위한 시간의 다른 이름이다. ‘퇴사’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진 것은 프리랜서 선언 6개월 가장 큰 수확이다.
“우리가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은 몇 가지가 있죠. 보통 진학, 취업, 결혼 등이 있는데 그중에 퇴사도 크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늦게 결혼하고 혼자 사시는 분도 많다 보니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은 풍족하고 살만하지만, 아직 결혼은 아닌 것 같고 중간에 많은 분들이 퇴직을 생각하시는데 단순한 회피가 아닌 인생의 방향 전환을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김대호는 최근 리얼리티 예능뿐 아니라 KBS2 ‘불후의 명곡’과 MBN ‘한일톱텐쇼’ 등 쇼 무대에도 올라 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금의 기간을 ‘이것저것 다 해보는 기간’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리얼리티로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이지만, MC로서 진행능력도 선보이고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저도 저를 모르잖아요. 지금까지는 아나운서 한 가지의 모습이었다면 올 한 해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경험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내년 정도에는 ‘아, 김대호가 이런 방송인이구나’ 생각하시게 되지 않을까요? 예능적으로도 그렇지만 (전)현무 형님이나 고향 형님이자 소속사 선배인 (이)수근 선배도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는 비슷한 의미로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화제가 된 ‘결혼 장례식’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 양평 친척들과의 일상을 전하면서 너무도 많은 친척들 때문에 혼삿길이 막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대호 역시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지만, 또 알 수 없다. 언제 ‘교통사고’처럼 그에게 다가올 연애 사건이 있을지.
“일 년에 몇 달 외롭다고 대책 없이 누군가를 만난다면, 지금 제 삶에 후회가 될 것도 같은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삶을 거부하고 싶지 않아요. 분명 누군가가 생긴다면, 저 혼자만의 삶과 견줘보겠죠. 그래도 정말 사랑한다면, 지나온 삶은 자신 있게 넣어놓을 수 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