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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값을 치르지 않고 음식을 먹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먹튀' 범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사회 규범이 약화하는 '아노미 현상'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한다. 소액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상습적인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상 첫 13만건 육박…코로나 이전 수준 훌쩍 넘어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전취식·무임승차 관련 대금 미지급 행위 관련 112 신고 건수는 12만 98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다였던 2023년의 12만 818건을 1년 만에 경신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10만 건 수준이던 신고 건수는 팬데믹 기간 6만 건대까지 줄었다가 일상 회복과 함께 다시 급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노부모 명의의 우대용 교통카드나 가족이나 지인에게 받은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는 등 비슷한 유형의 경범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5만 6000건의 지하철 부정승차가 적발됐으며 올해는 7월 말까지 이미 3만 2325건이 단속됐다.

"나 하나쯤이야"…경기침체와 '아노미 현상'의 그늘
이러한 범죄의 증가는 단순히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탓만은 아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이 정도쯤이야' 하는 왜곡된 인식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제 불황이라는 일차적 원인과 함께, 사회 전반의 규범이 무너지는 아노미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사회적 혼란 속에서 규범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전취식 범인을 잡아도 "실수였다"거나 "왜 신고까지 하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는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 3월 무전취식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 피고인은 피해 회복 노력은커녕 "벌금이 더 싸다"며 법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10만원 벌금'은 옛말…상습범엔 '사기죄' 징역형 철퇴
무전취식은 흔히 1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치는 경범죄로 취급되지만 처음부터 돈을 낼 의사가 없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원은 지불 의사나 능력 없이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 자체를 가게 주인을 속인 '기망행위'로 판단해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한다. 사기죄가 인정될 경우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높아진다.
법원의 처벌도 엄격해지는 추세다. 한 남성은 상습 무전취식으로 재판에 넘겨져 피해자들과 합의했음에도 상습성을 이유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청주지방법원 2019고단2234).
심지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뻔뻔한 사례에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15고단306).

CCTV 있어도 못 잡아…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 몫
문제는 범인을 잡지 못하면 이러한 처벌이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용의자 특정이 어렵고, 소액 사건이라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린다.
전문가들은 "식기를 치우지 않고 지문을 보존해 신고하면 용의자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소액 피해를 매번 신고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