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은 특수한 시장이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수반하는 장치산업이자 전국민이 사용하는 필수재에 가깝다. 규제를 피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규제기관이 있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전 탄생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이러한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자유경쟁의 예외를 인정한 특별법이다.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지만 혼탁한 시장질서를 바로 잡고 최선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극약처방이었다. 통신사들도 이를 따랐다.
자유경쟁 원리에 기반을 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우선인가를 떠나 부처간 조율과 협의를 이루지 못한 권한 충돌의 결과는 통신시장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정부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다. 그래야 민간이 믿고 따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공정위와 방통위가 있다면 영국에는 경쟁시장청(CMA)과 오프콤(ofCOM)이 있다. 통신산업의 특수성을 볼때 경쟁당국인 CMA와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의 권한 충돌 우려는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양 기관은 양해각서를 맺고 규제 권한을 조율해왔다.
2016년 맺은 CMA와 오프콤의 양해각서 핵심은 규제 기관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경쟁 권한을 일관성 있게 시행하는 것이다. 경쟁법 집행시 사전협의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MCC) 제정 이후 양 기관은 또 머리를 맞댔다. CMA가 디지털 시장 규제 권한을 행사할 때 오프콤과 협의해야 하며 오프콤은 자문과 권고 권한을 갖는다. 일관된 규제 접근을 통해 기업의 예측성을 높이고 중복규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와 방통위도 이를 참고 삼아 경쟁법 집행을 위한 핫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이통사 담합 과징금 처분은 단순히 법리적 판단을 떠나 규제 정책의 신뢰에 큰 오해을 남겼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