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김경숙 '오늘 또 토요일?'

2025-07-30

똑같은 토요일이 다섯 번 반복되는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장일주가 겪는 토요일의 반복은 무엇을 말하려하는 걸까 궁금했다. 낯선 동네에 이사 오자마자 벌어지는 일을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본인 말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에게는 변화무쌍한 토요일이 반복된다, 마주치는 동네 어른들과 또래의 아이들, 문방구에 서있는 블랙이라는 개까지 일주에게 친근한 이는 하나도 없다. 이사 온 첫날부터 다투기 시작하는 엄마와 아빠, 일주는 집에 있지 않고 자기를 배척하는 이들 속으로 매일 나간다, 하지만 날은 변하지 않고 갈수록 태산으로 큰일만 생긴다. 그리고 여전히 토요일이다, 전 동네에서 절친했던 민재에게까지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무도 일주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누구나 오늘을 산다. 아주 만족했던 날, 아주 낭패 본 날, 그저 그런 날 등등 다양한 하루를 산다. 그날을 살았던 감회에 따라 오늘을 만족하고, 후회하고, 그저 밋밋하게 지나간다, 만약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오늘이었다면 다시는 그런 날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일주는 그런 혼란 속에서 지혜를 배운다, 똑같은 다섯 번의 토요일이지만 엄밀히 보면 하루도 같은 토요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아이 전학경험을 배경으로 하듯 내게도 ‘이제야 말한다.’라는 숨겨둔 비밀이 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기억 안 나는 이사를 13번을 했다. 그 중에 유일하게 기억나는 사연이다. 아버지가 군대 예편을 하고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막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그런데 서울로 간 학교 화장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잠깐 다닌 학교의 화장실은 그야말로 화장실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매일 비질을 해서 어디보다 깨끗했다. 짐작되겠지만 서울 학교는 그냥 변소였다. 도저히 갈 수 없었던 나는 ‘싸고 말리고를 반복하다 집으로 탈출한 기억이 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변하는 건 없었다. 틈틈이 교직원 화장실에 잠입했었다.

작가는 전학시킬 학교에 미리 갔을 때 선선한 날임에도 땀을 흘리는 아이를 봤단다. 누구나 첫 경험은 다 있다. 매일 마주치는 일이 어제와 다른 그리고 같은 오늘이다. 작가의 말에 아이의 걸음마를 인용해 말하는데 비단 그뿐 아니라 어른들도 직장에 나가는 첫날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쓰고 있다. 매번 쓰는 서평이지만 ‘나는 왜 여기까지일까?’ 수시로 낯붉히며 원고를 보낸다. 하지만 그만 두지 않는 이유는 서평이 나올 때마다 하나래도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걱정은 커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야 한다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장일주처럼 지혜가 생긴다. 낯설음이 농이 짙게 익어가는 날이 온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당선, 2018년 동양일보 동화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레오와 레오 신부>, <가족이되다>, 오디오북 <구멍난 영주씨의 알바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공저.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이 있다. 현재 아이들과 동시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최기우 작가 – 정창근'남사당의 노래' 이영종 시인 - 유종화 시집 '그만큼 여기' 최아현 소설가-권진희 '언제라도 전주' 이경옥 동화작가-로이스 로리 '기억전달자' 오은숙 소설가-시몬느 드 보부와르 '아주 편안한 죽음' 김정경 시인-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기명숙 작가-정양 '나그네는 지금도' 장은영 작가-티나 오지에비츠 '도시의 불이 꺼진 밤' 장창영 작가-고대현 '어쩌다 환경인' 김근혜 작가-김연진 '눈물 파는 아이, 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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