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치솟는데 소득은 ‘뚝’…양파농가 한숨만

2024-07-07

“종자·농약·비닐 어느 것 하나 가격이 안 오른 자재가 없어요. 무엇보다 인건비는 정말이지 무섭게 올랐습니다. 생산원가에서 인건비(자가 노동 제외)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안 오르는 건 양파 산지 가격뿐입니다.”

경북 김천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김종도씨(71·대덕면 중산리)는 올해 수확을 마친 후 손익계산서를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1만578㎡(3200평)에서 그가 수확한 양파는 모두 20㎏들이 3600망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최소 4500망을 수확할 수 있었지만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겨울에 이어 올 3∼5월 잦은 비와 고온 현상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다. 습해로 구가 크지 않은 데다 상품성 있는 양파가 크게 줄었다.

수확량은 줄었는데 산지 거래가격은 지난해보다 되레 떨어지며 김씨는 생산비를 제하고 겨우 1000만원 남짓 손에 쥐었다.

평생 양파농사를 지은 그는 “갈수록 어렵고 힘들어진다. 일상화하는 이상기후에 생산원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수취가는 더 떨어지거나 제자리”라면서 “나이 드니 힘에도 부치고 양파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종자대와 방제 비용, 아주심기(정식)와 수확 인건비 등 올해 생산에 투입한 비용은 한마지기(200평) 기준 172만1000원이었다. 이 금액은 김씨 부부와 가족의 자가 노동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아주심기, 밭 관리, 제초 등 파종부터 수확까지 10개월 가까운 기간의 자가 노동비를 1인당 25만원으로 계산해 부부의 인건비를 더하면 200평당 투입되는 비용은 222만1000원<표 참조>. 전체 면적으로 계산하면 총 생산원가는 3553만6000원(3200평)이다.

6월말 기준 경북지역의 양파 한망당 산지 거래값은 특품 1만3000원 수준. 단순 계산하면 김씨가 올해 수확한 양파 3600망을 팔아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4680만원이지만 농산물의 특성상 수확물 전체가 특품일 수는 없는 만큼 실제로는 그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동안 투입한 생산비 3553만6000원을 제하면 실제 그에게 남는 돈은 많아야 1000만원을 겨우 넘는다. 한달에 100만원가량 번 셈이다. 여기에 생산비에 포함되지 않은 기름값, 차량 운행비 등 각종 비용까지 제하면 수익은 이보다 줄어든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2024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시간당 986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1주 소정 근로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이다.

김씨는 “9월 파종부터 이듬해 6월 중순 수확까지 10개월 동안 뼈 빠지게 농사지어 1000만원 정도밖에 수익을 못 남겼다. 이 금액으론 내년 농비도 모자란다”며 허탈해했다.

김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양파 수입이다. 그는 “정부에선 산지 가격이 조금만 오를 기미가 보이면 바로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양파를 대거 수입한다”면서 “지난해까지 TRQ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뜩이나 힘든 농가 경영을 더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 수입량은 4월 1만1430t, 5월엔 6957t이었다. 지난해 5472t, 4495t과 비교하면 108%와 55% 증가한 수치다. 6월에도 중국 현지 시세 하락으로 수입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용식 김천 대산농협 조합장은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 가격관리 정책으로 산지 가격 하락과 농가 채산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지속하면 중소 양파농가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고 국내 생산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농가 최저생산비를 보장하고, 극한기후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영농기술 보급과 함께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천=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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