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이민 교회는 목회의 '종착지'가 될 수 없나

2025-04-23

목회자 ‘청빙’인가,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영입’인가.

토렌스 조은교회 김우준(48) 목사가 한국 분당의 지구촌교회 4대 담임목사로 확정돼 이민 교계를 떠난다. 부임한 지 약 8년 만이다. 〈본지 4월 22일자 A-1면〉

사실 이민 교계에는 경사다. 무려 교인 수만 3만여 명인 영향력 있는 대형 교회가 미주 지역의 한인 목사를 스카우트했으니, 이민 교계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 아닌가.

정작 당사자인 김 목사는 내심 난처한가 보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간단한 소감이라도 한 줄 넣으려고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교회 관계자로부터 “교인들이 이별을 앞두고 슬퍼하는 상황”이라면서 거절 의사를 전해 들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김 목사는 청빙이 확정되기 일주일 전(4월 13일)이 되어서야 교인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공지했다. 해당 교회 교인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교계에 만연한 ‘게릴라식 청빙’의 단면을 보여주는듯 하다.

청빙이란 단어 자체가 ‘부탁하여 부른다’의 뜻을 담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 의미가 무색하다. 물밑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어느 정도 끝내 놓고, 그제야 외형상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다.

지구촌교회는 ‘하나님의 뜻에 따른 목자’를 세우겠다는 원칙에 따라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차례 간담회까지 가지며 청빙을 진행했다는데, 정작 부탁을 해야 할 상대 교회에는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 차라리 청빙 대신 영입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다.

이민 교계에서 ‘뜬다’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중·대형 교회에서 러브콜을 받는 목회자가 많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10여 년 사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오정현, 김승욱, 이문장, 홍민기, 진재혁, 손병렬, 림형천, 유진소 등 한국행을 택한 이민 교계 목회자들이 한동안 줄을 이었다. 심지어 김우준 목사가 자리를 옮기게 될 지구촌교회의 경우 전임자인 최성은 목사 역시 워싱턴주 타코마제일침례교회 담임이었다. 이중언어와 다문화에 익숙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길 원하는 한국 교계의 필요가 빚어낸 현상이다.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된다면 한인 이민 교계는 자칫 목회자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 역할로 국한될 우려가 있다.

현재 이민 교계의 토양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언어와 문화적으로 교인 간 세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고, 이민 교회라는 특수성, 역할 등은 다문화 배경 속에서 서서히 그 성질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수많은 이민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인 이민 교회 사역에 특화된 1.5세 또는 2세 목회자의 양성, 역할, 중요성 등이 커지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하면 한국 교계로 진출하니, 이민 교계는 마치 ‘상향 이동’을 위한 발판이 되어버린 듯하다.

물론 목회자마다 또는 교회마다 처한 환경이 각기 다르다. 목회자들의 한국행도 하나의 잣대로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단, 한인 이민 교계는 거쳐 가는 곳이 아닌, 목회의 종착지가 될 수는 없는가. 떠나는 목회자가 한국 교계를 향해 갖는 비전과 달리, 남겨진 ‘현실’은 이민 교회가 짊어져야 할 씁쓸한 몫이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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