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최근까지 공격적인 영업조직 확대 전략을 펼쳐 왔다. 이를 통해 양사 모두 소속 설계사 수 3만명을 넘어서는 외연 확장을 이뤄낸 상태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영업 조직 규모 만큼이나 실적, 자산 부분에서도 다른 생명보험사들을 능가하며 업계 실적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6353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화생명(2957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이는 삼성생명의 전속 설계사 위주 인력 확장이 실적에도 상당히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설계사 생산성과 관련해 법인보험대리점(GA)설계사가 약 20만원 정도 판매할 때 전속 설계사는 50만원 이상 수익성을 내고 있다고 자체 조사를 기반으로 판단했다"며 "향후에도 전속 채널 영업 조직 순증을 바탕으로 판매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 상품만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들의 소속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은 GA 시장 진출을 선언했던 전속 대리점들과 이해충돌로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전속 보험대리점 71곳이 모여 설립한 대형 GA '삼성금융파트너스'는 출범 3개월 만에 삼성생명을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 거래상 지위 남용과 인력 부당 유인 등으로 신고했다. 전속대리점 시절과 달리 타 생보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비교·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생겼음에도, 삼성생명이 여전히 자사 상품 판매만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일부 삼성금융파트너스 설계사들은 공정위 신고 후에도 불공정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회에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양측의 갈등은 합의를 통해 삼성금융파트너스가 생보사를 추가 제휴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소강됐다.
최근 GA 채널로 중심축을 옮기며 급격히 몸집을 키운 한화생명의 경우 소속 설계사의 상품 비교·설명 의무 제도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GA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생명보험 신계약 판매 건수는 총 91만1000건 가운데 한화생명이 판매하는 비중이 89만건으로 전체의 97.7%에 달한다.
이는 한화생명이 제판분리 직후부터 지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의원은 "2021년 국감에서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지적됐지만, 이후 위탁계약 체결회사를 확대해 3개 이상의 보험상품 비교설명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2022년에만 한화생명 상품을 1조2400억원 판매할 때 타사 상품은 1억원 미만으로 판매했는데, 한화생명 판매비율이 99.99%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2024년도 마찬가지로 4~10억정도 판매한 게 최대다"며 "보험업법 규정대로 3개 이상의 회사 상품을 제대로 비교해서 팔았다면 가능한 수치냐"고 덧붙였다.
이밖에 양사 모두 설계사 확충에 따라 증가한 제반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올 1분기 삼성생명의 보험서비스비용은 2조6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하며 2조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영업비용도 22% 급증한 556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대면 채널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보험업에서 설계사 수 확대는 신계약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수수료, 교육비, 관리비 등 제반비용이 동반 상승해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비용 증가는 향후 자본 확충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양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