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29〉GPU 26만장 '뇌 달린 제품 혁명' 일으킨다

2025-11-1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우리 나라에 GPU 26만장을 공급을 약속했다. 그가 왜 한국에 세계 3위 GPU 확보국의 지위를 주겠다고 하는 걸까.

그는 GPU가 전 세계 산업의 '두뇌(Brain)'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갖춘 나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GPU 26만장 공급은 단순한 반도체 수입 계약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두뇌를 이식하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다.

과거 반도체가 계산과 저장을 담당했다면, GPU는 '생각하는 반도체'다. 즉 스스로 사고하고, 보고, 듣고,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생태계의 엔진으로 작동한다.

GPU는 로봇, 모빌리티의 '뇌'다. 테슬라는 엔비디아 GPU 12만장과 자체 AI칩을 활용해 핵심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학습시키고 있다.

현대차가 도입하는 드라이브 AGX 토르(Drive AGX Thor)는 2000테라플롭스(TFLOPS)의 연산 능력을 가진 거대한 AI 엔진이다. 이 칩은 차량 내 카메라·라이다(LiDAR)·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교통 상황을 예측하고, 사고를 회피하며, 운전자의 감정 상태까지 파악한다. '감성 자율주행'과 '지능형 모빌리티'가 바로 GPU에서 시작된다.

나아가 현대차가 GPU 5만장을 도입하면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공장에서 디지털트윈 기반으로 움직이는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로봇은 단순 조립을 넘어 다른 로봇을 가르치는 로봇으로 진화한다.

삼성이 구매하는 GPU 5만장은 'AI 반도체 공장'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GPU는 공정 설계, 장비 제어, 수율 분석, 품질 검사 전 과정을 자율 최적화(Self-Optimization)한다. 불량 패턴을 학습한 AI가 온도·압력·습도를 실시간 조정해 불량률을 줄이고,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을 설계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산·보정·예측하는 'AI 팩토리'의 본질이다.

SK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제조AI 플랫폼을 만들고, 네이버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기반 초대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해 산업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AI칩이 대량으로 공급되면, 제품은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한다. 냉장고는 음식의 신선도를 예측해 자동 주문하고, 세탁기는 오염도에 따라 세제를 조절하며, 카메라는 피사체의 감정을 분석해 사진을 보정한다. 즉, 제품이 데이터를 이해하고 스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제품 경제(Product-as-AI Economy)'로 전환되는 것이다.

GPU 26만장은 기업 투자를 넘어 국가 인프라 투자다. 스마트시티, 교통관제, 에너지 관리, 국방 감시 등 공공 영역에서도 AI가 핵심이 된다.

GPU의 시각언어 처리 능력은 도시를 '보는 도시, 판단하는 도시'로 바꾸며, 도시는 더 이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라, 데이터로 행동하는 'AI 생명체'가 된다.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이 디지털 혁명을 열었다면, 2020년대의 GPU는 '지능 혁명'을 열고 있다. 이제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로봇·AI를 한 축으로 묶은 '두뇌산업국가'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 공급, 데이터 인프라, AI 인재 등 후속 기반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서 GPU 26만장을 단순한 칩이 아닌 산업의 신경망이자 국가의 지능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버린 AI(Sovereign AI) 생태계를 설계하고, 대한민국 산업에 뇌를 이식하는 역사적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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