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 확대에 대해 건설 업계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건설 현장의 인력 수요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지난 27일 숙련도 높은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 체류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건설업체의 숙련 기능 인력 채용 상한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를 이를 통해 외국인 숙련 인력을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건설 업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8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인력은 이미 공급이 노동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5년 기준, 20대 약 1만2700명, 30대 약 1만4900명의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법무부는 숙련 기능 인력 비자(E-7-4)의 요건을 완화하고, 건설업체당 숙련 인력 채용 가능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평균 공사금액 1억원당 0.1명만 채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정책 개선으로 시공능력평가액 1억원당 0.4명 기준이 추가 도입된다.
특히 연간 공사금액이 유동적인 소규모 건설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숙련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을 채용 상한의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계에서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와 소규모 건설사 간의 입장이 달라 정책에 대한 반응은 다소 차이가 났다.
먼저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정책은 환영하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 현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대형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상한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이미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이가 커진 것은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에게도 긍정적 변화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 건설업체는 채용 상한 확대가 외국인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제도 변경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완화시키고 비수도권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더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체류 요건을 완화한 점에 대해 지지를 표했다.
기존에는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려면 한국에서 4년간 체류해야 했으나,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장의 추천을 받을 경우 3년만에 전환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보다 쉽게 채용할 수 있게 된 됐다.
한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내국인 기능인들이 많이 줄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기능인들이 많아지면 인력 수급 확보에서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도 존재한다. 주택 사업을 위주로 하는 건설사의 경우 공사 현장의 감소로 인해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투입할 현장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취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5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9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하며,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박 연구위원은 취업자수 하락의 이유를 건축 공사의 감소로 분석했다. 진행 중인 건축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서, 투입 가능한 인력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 상한 확대가 실제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착공된 건축물은 6만4346동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건설 경기가 위축됐던 2020년에도 같은 기간 착공동수는 10만7568동으로 10만 동을 넘겼고, 이후 2021년 11만359동, 2022년 9만4589동, 2023년 6만7214동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 해 새롭게 진행 하고 있는 현장이 없어서 와닿지 않는다”며, “주택부문 건설업 회복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건설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형 건설사의 공사 현장의 감소와 수도권 및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건설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인력난 이전에 건설업계 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제도 반영이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