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맥스 디킨스 지음 | 이경태 옮김 | 창비 | 456쪽 | 2만4000원
코미디언 맥스 디킨스는 영국 런던에 사는 30대 중반의 남성이다.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려던 어느 날, 그는 신랑 측 들러리로 세울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는 사람이야 많지만 ‘친구’라고 할 순 없는 사이이고, 온라인 메신저에서 가장 최근 친구와 대화한 것은 몇 달 전이었다. 구글에 “신랑 들러리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라고 검색하자 이미 많은 남성들이 작성한 비슷한 게시물이 쏟아진다. 디킨스의 머릿 속엔 커다란 질문이 떠오른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는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책이다. 디킨스는 결혼식 들러리 찾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으로부터 출발해 점점 넓고 깊게 ‘남성의 우정’을 파고들어간다. 자신이 왜 남성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 않게 되었는지, 남성 간 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 남성들이 동성 친구 앞에서 왜 ‘약함’을 드러내지 못하는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당도한 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결국 ‘남성성’의 문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주는 것은 자연스럽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20대 중후반 가장 많은 친구를 두고 이후엔 꾸준히 감소한다. 결혼, 출산 등을 거치며 네트워크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의 네트워크는 여성과 비교해 크게 쪼그라든다. 자신의 실제 경험과 방대한 자료 조사, 전문가 인터뷰 등을 거친 디킨스는 남자들의 우정이 결국 남성성의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고 진단한다. 그렇기에 남자 대 남자 간 상호작용이 매우 소모적이고 단조롭게 느껴지며 결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솔직하고 용기있는 글이다. 외롭다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 패배자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특히 그렇다. 코미디언인 저자가 곳곳에 깔아둔 영국 특유의 블랙 유머에 쿡쿡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30대 영국 남성의 고민은 한국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외로운 남성’들이 결국 어떤 일을 벌이는지 최근 목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