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감]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싫다

2025-02-06

청년 공감이라는 제목부터 별로다. 정확히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싫은 거 같다. 청년의 나이로 살아가긴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그냥 자기가 맡은 일, 생업을 위해 사는 거지. 청년이라고 해서 더 특별하거나 모자란 게 아닌데 대한민국에서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은 기사들을 보면 그들의 능력이나 노력을 헐뜯는 듯하다. 그저 삶의 초입이라 모두가 방황하는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전주 여행을 다녀왔다.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구례에 잠시 들렀다. 원래 가고 싶었던 카페가 문을 닫아서 서너 걸음 옆에 있는 와인 바 겸 카페에 들어갔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우연히 들어간 그곳은 내게 많은 인사이트를 남겼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와! 하는 감탄이 나왔다. 너무나 감각적인 빈티지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그 공간을 운영하는 노부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눈에 선하게 보이는 그간의 세월에 저절로 감탄했다. 별거 아니라는 그들의 편안한 말투마저 선망 어린 시선으로 나는 보고 있었다. 신나서 질문하는 내게 그들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으로 커피와 와인을 설명해주었다. 한바탕 질문 세례가 끝나고, 설명해주신 원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커피를 주문했다. 동선의 꼬임 없이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한잔의 커피를 내주었다. 나는 주문한 커피 한잔을 받으며 그간의 세월을 보았다.

개인 사업을 하는 나는 최근 내수경기 악화, 계엄령 등으로 심란했던 터라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 고작 얼마나 했다고 주위 상황을 탓하고 완벽을 탐했으며, 더 잘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나. 지금 이 나이에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에 비해 너무 과한 걸 바랐고 그것이 큰 기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언가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글의 첫머리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싫다고 표현한 이유다. 우리도 똑같이 노력하는데 왜 그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치기 어린 불만이었나보다.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언젠가 시간이 데려다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따뜻한 전기장판 위로 두 발 뻗고 잠들려 한다.

이슬아 다담한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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