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는 ‘동양의 하와이’라 불릴 만큼 따뜻한 햇살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섬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온기를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바다 너머 그곳에서 마주한 고요함과 낯설지만 정겨운 순간들을 소개한다.
남국의 정취, 오키나와를 만나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본토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행지이다. 열대 해양성 기후 덕분에 연중 따뜻하고, 맑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멀리 하와이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풍경은 한국의 제주도와도 닮아 있어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곳은 해양 스포츠와 여유로운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힐링지로 알려져 있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섬
한때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국으로 존재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다. 그로 인해 전통과 음식, 건축 양식 등은 일본 본토와는 또 다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미군 기지가 주둔하면서 미국 문화의 흔적 또한 깊이 배어 있다. 일본 전통, 류큐의 역사, 미국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정체성은 오키나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에메랄드빛 바다의 유혹
오키나와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바다다. 나하 공항을 벗어나 조금만 이동하면 에메랄드빛의 광활한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특히 케라마 제도와 민나섬에서는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데,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물고기들은 환상적인 수중 세계를 연출하며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미국을 품은 거리, 아메리칸 빌리지
차탄(Chatan)에 위치한 아메리칸 빌리지는 이름 그대로 ‘일본 속의 미국’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알록달록한 외벽과 캘리포니아 해변을 연상케 하는 거리 분위기, 그리고 미군 스타일의 상점과 음식점이 독특한 이국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해질 무렵 바다 위로 퍼지는 황금빛 석양은 이곳만의 백미다.

해양 생물의 향연,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북부 모토부쵸에 위치한 츄라우미 수족관은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대형 해양 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메인 수조인 ‘구로시오의 바다’에서는 거대한 고래상어와 가오리 떼가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감탄하게 되는 이 장면은 오키나와 여행의 감동을 더한다.

에메랄드빛 파라다이스, 세소코 비치
오키나와 북부, 본섬에서 세소코 대교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세소코 비치는 맑고 투명한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변이다. 800m 길이의 해변은 오키나와에서도 손꼽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며, 선명한 색 대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수영 구역에서는 열대어를 쉽게 만날 수 있고, 투어 없이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어 특별한 해양 체험이 가능하다. 섬 서쪽에 위치한 이곳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해, 숙소에서 하루 머물며 노을을 감상하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스노클링의 천국, 민나섬
오키나와 북부 모토부 앞바다에 위치한 민나섬은 고속 페리로 단 15분이면 도착하는 한적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0.5km²에 불과하지만, 에메랄드빛 바다와 다채로운 해양 액티비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노클링 투어를 통해 열대어와 산호초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으며,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 파라세일링 등도 활발히 운영돼 하루 여행지로 제격이다. 섬과 바다를 모두 즐기고 싶다면 민나섬, 간편한 해양 스포츠를 원한다면 남부의 케라마제도를 추천한다.

입안 가득 오키나와의 기억
오키나와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타코라이스는 미군 병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퓨전 요리로, 밥 위에 타코 재료를 얹어 간편하면서도 든든하다. 나하 국제거리의 ‘DRUNK TACOS’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즐겼는데, 중독성 있는 맛이 인상 깊었다.
마제소바는 일본식 비빔국수로, 나하의 ‘마제멘 마호로바’에서 맛본 굵은 면과 고소한 소스 조합이 훌륭했다. 웨이팅이 긴 편이라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차탄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의 ‘지바고 커피’는 분위기와 커피 맛 모두 만족스러웠고, 함께 먹은 포크 타마고 오니기리는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오키나와식 아침 식사로 제격이었다.
더운 날씨엔 블루실 아이스크림이 제격이다. 식물성 오일을 사용해 가볍고 부드러우며, 다양한 맛과 함께 오키나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함께하는 라이브 바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여행의 끝에서 다시 바라본 오키나와
여행의 끝자락에서 오키나와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고요함과 활력이 공존하는 공간임을 느꼈다. 바람에 흩날리는 팜트리 잎, 맨발로 걷던 백사장, 스노클링 중 마주친 열대어들, 그리고 친절한 미소로 인사하던 현지인들까지. 오키나와는 내게 많은 풍경을 남겼고, 그 어느 때보다 ‘쉼’이라는 단어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 여행지였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하지만 마음속에 저장된 오키나와의 하늘과 바다는 오래도록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언젠가 또다시 이 섬을 찾을 날을 꿈꾸며, 여행은 그렇게 조용히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오키나와를 사랑하게 되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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