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학원 레벨테스트…‘자녀 합격시키는 법’ 강연까지 [심층기획]

2025-01-12

과열된 사교육 입학시험 경쟁

유명 학원 시험 위해 학원 다니는 촌극

“합격 노하우 전수” 온라인 유료 강의도

사교육업계의 입학시험(레벨 테스트) 시장은 이미 과열된 지 오래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강의 업체에서는 ‘자녀 레벨 테스트 합격시키는 법’ 강연까지 판매할 정도다.

12일 인터넷에서 ‘황소 후기’를 검색하면 유명 수학 학원인 ‘생각하는 황소’ 학원의 ‘합격 비법’을 적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학원은 매년 2회 입학 정규 시험과 편입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에서 입학이 가능한 점수를 받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황소 입학을 위한 학원, 과외 등이 성행하면서 소규모 학원들은 매년 ‘황소 합격자 ○명 배출’ 등을 홍보 문구로 내걸기도 한다. 사교육이 또 다른 사교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아예 엄마들을 겨냥한 온라인 수업도 나왔다. 학부모를 위한 온라인 강연을 판매하는 A업체의 경우 황소 입학시험 기출문제 분석, 합격 노하우 학습법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강연을 2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시험을 보는 학생이 아닌 학부모가 이 강연을 보면서 ‘자녀 황소 보내는 법’을 공부하는 셈이다. 이 사이트에는 이 밖에도 유명 영어학원 등의 레벨 테스트 합격법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초등학생 학부모 B씨는 “마치 아이를 유명 학원 상위권 반에 합격시키는 것이 엄마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 같아 기괴하다”며 “누군가는 결제하고 들으니까 강의를 판매하는 걸 텐데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많은 지역에선 이미 ‘7세 고시’를 넘어 ‘4세 고시’란 말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소위 ‘영어유치원’)은 자체 ‘영재 테스트’에서 상위 5% 안에 들고 레벨 테스트를 통과한 아동만 받고 있어서, 생후 30개월이 지나면 해당 학원의 영재 테스트를 준비한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4살에 영어유치원, 7살에 유명 수학·영어학원 시험을 보고, 초등학교 2학년부터 황소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정석 코스’”라고 말했다.

이런 레벨 테스트는 과도하게 어려운 ‘극심화’ 문제로 채워져 있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권위가 더 인정되고 학부모가 더 몰리지만, 레벨 테스트로 인한 부작용을 겪는 아이들도 많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5학년 반에서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학원 레벨 테스트를 수차례 봐 수학에 거부감이 생겼던 것”이라며 “학원 레벨 테스트는 아이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문제도 많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동기 부여보다 부작용 우려가 큰데 학부모 욕심 때문에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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