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케어 혁신기업'을 표방하는 안마의자 업계 1위 바디프랜드가 최근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첨단 기술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헬스케어 로봇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배송 지연과 A/S 불만, 인력 이탈 등 문제가 이어지며 운영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 중심 경영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디프랜드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096억원으로 전년 동기 2286억원 대비 8.3% 감소했다. 주력 제품인 안마의자 매출은 1963억원에서 1818억원으로 7.4% 줄었고 라텍스 매트리스 '라클라우드' 매출도 265억원에서 221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정수기 등 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57억원에 그치며 매출 대부분이 여전히 안마의자에 집중돼 신사업 확장은 더딘 상황이다.
회사는 로보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로봇을 선보이며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바디프랜드는 업계 최초로 메디컬 R&D센터를 설립하고 인체 근육·관절 데이터를 분석해 헬스케어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비도 상반기 약 102억원을 집행하며 매출 대비 약 4.9%를 투자했지만 동종 업계의 기술집약형 기업들이 평균 10% 이상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생산 구조 역시 기술기업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제품을 OEM 방식으로 위탁 생산하며 자체 제조라인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는 기술기업이라기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의존하는 소비재 회사에 가깝다"며 "R&D 조직은 있지만 실질적 기술 축적보다는 외부 협력과 디자인·마케팅 중심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출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수출 비중은 전체의 8% 수준에 머물며 2017년부터 미주·유럽·아시아 진출을 시도했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기술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해외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재무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2025년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922억원 대비 약 37% 감소했으며 유동자산 전체도 3879억원에서 3486억원으로 줄었다.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된 가운데 단기차입금과 기업어음(CP) 발행이 이어져 단기 금융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마케팅비는 줄지 않았다.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은 매출 감소에도 70억원 이상을 유지하며 매출 대비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보다 외형 유지에 집중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했다. 광고에서 강조한 '명품 안마의자', '건강을 선물하는 테크놀로지'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기술 투자 부진과 OEM 의존, 고정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성장 동력은 약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는 기술보다 마케팅과 이미지에 기대온 구조로 변했다"며 "R&D 비중이 낮고, 생산·품질 관리 체계가 외주에 의존하다 보니 기술기업으로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