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노후준비가 자녀의 결혼선물

2025-03-06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필수일까 선택일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성별, 연령, 혼인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린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60%가 결혼을 필수, 여성은 55%가 결혼을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은 70%가 결혼을 필수, 40대 이하는 과반 이상이 결혼을 선택으로 보았다. 여성과 젊은 세대는 결혼이 선택이라는데 손을 든다. 특히 30대 여성은 63%가 결혼을 해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대학가에서 인기를 모았던 가수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가사가 딱 맞는 듯하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라는 게 트렌드인 셈이다.

그러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같은 조사에서 미혼 응답자 314명에게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49%로 가장 높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 미혼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59%로 가장 높은 반면 미혼 여성은 43%가 ‘적당한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가 제일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있다. 젊은 세대에게 결혼 상대방 부모의 노후준비가 결혼 여부를 판단하는 조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대방의 외모와 성격, 학력, 직업 등을 먼저 봤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계시는지, 뭐를 했는지를 물었다. 더불어 집안의 내력, 즉 뼈대 있는 집안인지도 살폈다. 그도 저도 아니고, 인물 하나만 똑 부러져도 성사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방 부모의 경제적 삶 설계 여부를 따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노후준비 여부다. 결혼 후 상대방 부모가 손을 벌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하긴 예전처럼 자녀를 많이 낳거나 자녀가 부모의 노후 보험인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도 있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9월, 25~39세 직장인 600명(주니어 세대)과 55~65세 사이 남녀 중 자녀가 있는 사람 600명(시니어 세대)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부모의 노후준비가 자녀의 결혼에 영향을 미칠까를 알아보는 항목이 있었다. 먼저 시니어 세대에게 본인의 노후준비가 자녀의 결혼 결정에 영향을 미쳤거나 혹은 미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응답자 중 9.3%가 ‘매우 그렇다’고 했고, 37.3%는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했다. 같은 질문을 주니어 세대에게 했더니, 응답자 중 15.7%는 ‘매우 그렇다’, 35.7%는 ‘대체로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앞둔 자녀세대의 51.4%와 부모 세대의 46.6%가 부모의 노후준비가 자녀 결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상대의 스펙이나 연봉, 저축, 집만큼이나 상대방 부모의 노후준비를 중요하게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청춘 남녀가 결혼하기 좋은 새봄이다. 자녀의 결혼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노후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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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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