唯酒無量 不及亂(유주무량 불급란)

2024-10-02

공자는 술을 금기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남의 기쁨을 더하는 음식으로 여겼다. 그래서 “술은 마시는 양을 미리 정해두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마시되 어지러운 상태에만 이르지 않으면 된다”고 하였다. 취하여 정신을 놓는 일은 물론, 술기운에 편승한 혈기를 내보여도 안 됨을 경계한 것이다.

‘난(亂)’에 이르지 않도록 술을 적절히 마신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흥이 흥을 부르고, 술이 술을 끌어서 결국은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술을 경계하는 말도 참 많다. “주중불언진군자(酒中不言眞君子)” 즉 “술 마시는 중에 말을 삼가는 게 진짜 군자다”라는 말도 있고, 아예 술을 “벌성지광약(伐性之狂藥)” 즉 “내 본성을 쳐내어 미치게 하는 약”으로 여겨 경계하기도 했다.

이 문장에 구두점을 새롭게(?) 찍어, “유주무량(猶酒無量)이니 불급(不及)이면 난(亂)이라.” 즉 “술은 한량없이 마실 테니, 나의 주량에 미쳐주지 않으면 시끄러우리라”라고 하시며 호탕하게 술을 드시던 가까운 지인이 있었다. 절제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결국 장수는 못 했다. 음주에는 ‘절제’라는 면허가 필요하다. 무면허 음주는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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