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성장통

2024-10-03

나이가 많은 부모든, 나이가 어린 자녀든 상관없이 사람은 늘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변화하며 성장하고, 거기에 따라오는 성장통을 늘 겪게 되는 것 같다. 단순하게 아프고 힘들다는 말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곤혹스럼움 또는 후회도 하게 되는,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들의 연속인 것 같다.

늘 부모가 얘기하면 그대로 했던 첫째가 이제는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갖고 표현하는 것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아빠의 입장에선 뭐든지 해주고 싶었던 첫째였는데, 어느샌가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 머릿속엔 ‘말해야 하나? 하지 말까?’라는 질문이 맴돈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늘 내가 다시금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내 아이는 유전적으로 나에게 속한 것은 맞지만 태어나자마자 그 순간부터 그 존재는 나와는 별개의 존재인 것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경험한 세상과 나에게 녹여져 있는 여러 가지 관점이나 생각은 나에게 속한 것일 뿐, 내 아이가 그것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은 교육하고 훈육해야 하겠지만 그 외에 본인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세워지는 정체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려고 노력은 필수조건일 듯하다.

첫째가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을 쫓아가면서 모든 상황을 조절할 수 없고, 아이 스스로가 문제에 부딪히고 겪어보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아이를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보고 들으면서 위로하고 공감해주며, 그의 고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예의주시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둘째는 여전히 말은 못 하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늘 본인의 감정을 순수한 행동으로 드러낸다. 그때, 그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간혹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쉽게 말해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하는 순간이 늘 온다. 어릴 때 말만으로 제어가 가능했던 첫째와는 달리, 늘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해 줘야 제어할 수 있기에 생각을 해서 판단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행동으로 먼저 제어하고 나면 내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늘 따라온다. 관찰력이 늘 필요하며, 빠른 상황판단이 되어야 하고, 단호함과 인내심이 필요한 둘째이기에 내 인생에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든든한 내 편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아내다. 아이들을 힘들게 재우고 둘 다 파김치가 돼서 거실에서 만나게 되면 전우애가 생기게 되는데, 아이들 몰래 야식을 먹으며 자신이 겪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나누며, 자신의 힘듦을 알아달라고 얘기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내 얘기를 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내 편이 생기는 것이다. 이 순간들이 고통이라고만 느끼며, 나만 제일 힘들다고만 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생각들 때문에 외로운 싸움이 되고 만다.

따라서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자녀에게 쏟는 에너지보다 한 꼬집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곳은 서로의 배우자다. 그래야 그 팀이 길게 간다고 생각한다. 부모 관계가 서로 좋아야 하고 그 관계를 365일 24시간 바라보는 자녀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라게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국은 이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며, 가장 큰 기쁨과 성장을 안겨주는 곳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든든한 내 편을 믿고, 사랑스런 아이들과 매일매일 함께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류민수 펜을 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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