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發) 관세전쟁 속에 중국의 보복관세 불똥을 맞는 미국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고 있어서다. 중국은 그간 무역분쟁을 빚었던 유럽연합(EU)과 재협상을 시작하는 등 트럼프 관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13일 블룸버그·로이터 등을 종합하면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제품 제조와 수출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일 중국 항공사 ‘준야오 항공’이 보잉으로부터 받기로 한 대형 항공기 ‘787-9 드림라이너’ 인수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보잉은 3주 이내에 이 중국 항공사에 1억2000만 달러(약 1700억원)의 고가 항공기를 인도하려 했지만, 관세 여파로 미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산 수입품에 34% 상호관세를 더해 총 54% 관세를 매겼고,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기 시작해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중국은 미국 수입품에 125% 보복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타격을 입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1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S와 모델X 현지 웹사이트의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13일 테슬라 중국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모델3와 모델Y는 색상·트림별 주문이 가능하지만, 모델S는 재고가 있는 흰색 1종만 가능하고, 모델X는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갖춘 테슬라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모델3, 모델Y)은 중국에서 생산해 판매해 왔다. 다만 고급 모델인 모델S와 모델X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해 왔다. 중국의 보복관세에 미국에서 들여오는 고급 모델 주문이 막힌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모델X 1553대, 모델S 311대를 수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모델3와 모델Y로 연간 총 65만7000대를 중국 시장에 인도하는 데 비하면 아주 적은 비중이지만, 고급 모델의 수출이 막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그간 무역에서 날을 세워 온 중국과 EU가 다시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일 중국산 전기차(EV)에 부과한 고율 관세 대신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함께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 EU가 전기차 관세를 결정하자, 중국은 유럽산 술에 보복관세를 매기고, 유럽산 돼지고기에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며 양측은 날을 세웠지만 ‘트럼프 관세’가 협력의 여지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