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해상 물동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해상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국내 해운사들은 신규 노선 개척과 사업 다각화 등으로 트럼프 발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계획이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394.68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2506p)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최근 운임이 소폭 반등하는 추세지만 해운업계는 물동량 조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노선은 아시아~미주 항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올렸고 중국 정부 역시 현지시간 10일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해운 운임 반등 속에서도 미주 항로는 운임이 하락했다. 지난주 미주 동안의 컨테이너 운임은 1FEU(12m 컨테이너 1개)당 32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에 비해 80달러 떨어진 수치다. 미주 서안은 2202달러로 1주일 전보다 111달러 내렸다.
해운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계속되고, 상호 관세까지 시행돼 물동량 감소가 현실화하면 해운업계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눈 돌리는 해운업계
해운사들은 그동안 공들였던 아시아~미주 노선 외에 인도와 유럽 등 신규 항로를 개척하고 있다. HMM은 지난 2월 대서양과 인도~유럽 구간에서 새롭게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과 미주 지역을 잇는 대서양항로에 HMM은 2018년 서비스 종료 후 7년 만에 재진출했다. 최근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와 북유럽을 잇는 항로도 새롭게 개설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남미 동안 구간에 컨테이너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새로운 먹거리 발굴
해운업계는 신규 노선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MM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SK해운의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HMM은 컨테이너 매출이 전체의 87%를 차지하는 반면 벌크는 11%에 불과하다. 탱커선 등 벌크 사업은 화주와 장기 계약을 맺는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HMM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현대글로비스는 주력인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에 더해 특수화물 해상운송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전 세계 100여곳 해외 거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상 운송된 화물을 육상 운송으로 연계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대를 지속 확장해 벌크선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4년 코로나19 시기에 선박 공급이 늘어난 상태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우려로 화물 수요가 줄어 운임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며 “신규 노선 발굴 및 친환경선 투입 그리고 사업 다각화 등으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