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탄소’ 철강 산업 이중 위기…“철강 산업, 글로벌 투트랙 전략 필요”

2025-11-23

한국 철강 산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생산시설은 고부가 제품 연구·생산에 집중하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다른 국가를 활용해 그린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저성장 구조를 해결하고 저탄소 전환이 시급한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라는 것이다.

23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IFS) 탄소중립 클러스터 공동 연구진이 IFS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로에 선 K-철강: 탄소중립 시대의 구조 개편과 글로벌 생존 전략>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국내와 해외의 역할을 분담하는 ‘투트랙 글로벌 허브 전략’을 제안했다. 탄소 중립 시대에 철강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료 확보 능력이며 철강 산업도 이에 발맞춰 근본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IFS 탄소중립 클러스터 공동 연구진에는 윤제용 서울대 교수와 민동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김경식 ESG네트워크 소장, 곽정원 서울대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국내 철강 산업은 수출 감소와 저렴한 외산 수입 증가, 내수 침체를 겪으며 침체 국면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10년 전인 2016년만 해도 8770만t이었지만,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올해(추정치)는 7360만t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공급도 9670만t에서 7830만t으로 약 19% 줄었다.

보고서는 이를 국내 철강 산업의 저성장을 보여주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부가가치는 점차 낮아지고 수익성도 악화해 “미래 핵심 기술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2050 탄소 중립 등을 앞두고 저탄소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철강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각 7106만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 2881만tCO2-eq으로 국내 기업 중 1위, 4위를 차지했다.

정부·기업 등은 수소 환원 제철 기술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구상이지만, 보고서는 이 또한 그린 수소 확보와 전력 인프라 구축, 대규모 초기 투자 등 ‘3대 장벽’에 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수소 환원 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0’에 가깝게 줄어든다. 업계는 수소 환원 제철 상용화를 위해 수소 가격이 ㎏당 2000원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가격은 1만원 안팎이다.

“글로벌 투트랙 허브 전략 제안”

보고서는 ‘고부가가치 창출’과 ‘탈탄소 전환’을 목표로 한 근본적 사업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의 대량 생산 체제를 벗어나 국내 시설은 자동차·에너지 등 첨단 산업용 고부가 강재 생산·연구개발(R&D) 기지로 특화하고, 호주·캐나다·중동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에서 그린 수소·철강을 생산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 일차적으로 생산한 철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제용 교수는 “국내 에너지 제약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에너지 및 자원 접근성이 유리한 지역을 활용하는 생산 네트워크 재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정책 이행 과제도 제안했다. 먼저 철강업계의 전략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의 과잉 고로 감축에 유인책을 제공하며, 고철 순환시스템 고도화와 해외 그린 철강을 생산하기 위한 기업 투자를 외교적·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민동준 교수는 “투트랙 전략은 국내 산업 기반과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