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5%, 나스닥 –8% 부진에
유럽·홍콩 등 상대적 강세장에 투자
IEFA 순자산 한달만에 10조 넘게↑
달러 약세 전환하며 자금 이탈 촉진

최근 한 달 동안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자금이 미국 증시에서 미국 외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ETF 상위 5개 중 4개가 모두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아이셰어즈 코어 MSCI EAFE ETF(IEFA)’는 북미를 제외한 유럽과 호주, 동아시아 등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한 달 동안 순자산은 70억460만달러(약 10조1516억원)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뱅가드 FTSE 선진국시장 ETF(VEA)’는 같은 기간 순자산이 65억9500만달러(약 9조5580억원) 늘어나며 순자산 증가액 2위에 올랐다.
순자산 증가 규모 3위를 차지한 ‘뱅가드 토탈 인터내셔널 스톡 ETF(VXUS)’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5위인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국 시장 ETF(IEMG)’는 미국 등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 지수를 추종한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는 순자산 감소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는 한 달 동안 순자산이 245억7410만달러(약 35조6148억원) 감소하며 순자산 감소 규모 1위에 올랐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와 미국 증시 상장 주식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토탈 스톡 마켓 ETF(VTI)’도 각각 217억달러(약 31조4494억원), 201억달러(약 29조1305억원)씩 순자산이 줄어들었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버블 등으로 고평가받았다는 우려 속에서 하락하는 사이 비(非)미국시장이 부상하며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한 주 동안 미국의 주식형 펀드 순매도 규모가 95억4000만달러(약 13조8261억원)를 기록하며 4주 만에 가장 큰 주간 순유출 규모를 기록했다. 한 달 전 107억1000만달러(약 15조5218억원)에 이어 가장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주식형 펀드에는 58억7000만달러(8조5072억원),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는 58억3000만달러(8조449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 달 동안 S&P500 지수가 4.88%, 나스닥종합지수가 7.7%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은 반면 유럽의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99%, 홍콩의 항셍지수는 12.59% 오르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자 자금 흐름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달러 환율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인 것도 미국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 유인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달러 지수(DXY)는 7일(현지시간) 기준 한 달 전 대비 3.89% 떨어진 103.84에 장을 마감했다.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진 다른 국가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