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 산불 피해와 탄핵 정국이 맞물리면서 통신 서비스의 원활한 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당국과 통신업계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 피해를 불러온 산불에 기지국 등 통신시설 다수가 화마를 입고 복구가 필요한 상태인 데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시 대규모 집회 인파가 운집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통신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영남 지역 대형 화재로 기지국, 유선 인터넷망 등 통신 시설이 입은 피해는 역대급으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현재 산불 피해가 집중된 경북 의성·안동·영덕, 경남 산청의 통신 3사 기지국 2천885개소가 화재, 정전 등의 피해를 봤고 복구율은 86.1%로, 5곳 중 1곳가량에서 장애가 계속되는 상태였다.
통신망 이용 여부가 추가 피해 최소화와 복구 활동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당국은 통신사와 이동기지국 14대, 간이기지국 1개소, 발전차 38대, 휴대용 발전기 211대, 현장 복구인력 809명을 투입했다.
산불 피해 지역의 통신 장애 회복에 힘을 쏟는 것과 동시에 다음 달로 예고되는 헌재의 탄핵 판결 시 예상되는 통신 장애 최소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당국과 업계 이중고다.
통신 3사는 이미 헌재와 인접한 안국역 부근에 이동기지국, 간이기지국, 임시중계기, 발전 장비를 배치하고 상주 인력을 증원해 탄핵 찬반 집회에 통신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다만, 탄핵 선고 기일을 전후해 집회 규모가 불어나고 혹시 모를 소요 사태 시 혼란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탄핵 선고일 전후 집회 인원이 정확히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대략적인 파악을 위해 찬반 집회 규모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탄핵 소추에 대한 대규모 찬반 집회 당시 몰렸던 인파 대비 기지국·인력 배치 현황을 참고해 대응 규모를 예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일 당시 통신 3사는 여의도 29대,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 6대, 용산 1대 등 이동기지국 36대를 배치한 바 있는데 당시 집회 인원은 여의도 20만명, 광화문 4만명으로 추산됐다.
탄핵 선고일 전후해 모일 인원을 예상해 이전 집회 시 투입한 장비·인력과 비교해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다만 헌재 인근은 여의도처럼 수십만 인파가 모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 아니어서 인구 밀집도가 덜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영남 산불에 지원된 통신망 복구 인력은 지역 본부 소속이라 서울 집회 대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헌재 판결을 앞두고 혹시 모를 통신 장애가 없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집회 대비한 장비·인력의 구체적 현황을 밝힐 수 없다면서 "혹시 성난 집회 참가자가 공격할 수 있어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심적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사회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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