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협상 시작도 안했는데…젤렌스키 벌써부터 차기 대권 암투?

2025-02-18

종전협상이 가시화하면서 차기 대권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정계의 암투가 격화하고 있다. 이번 궁정 암투극의 주연들은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장성들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수사국은 지난달말 장성과 영관급 간부 등 군 고위 간부 3명을 전격 체포했다. 아르투르 호르벤코 중장, 유리 할루슈킨 준장, 일리아 라핀 대령이다. 국가수사국은 이들에게 지난해 5월10일 우크라이나 동북부의 하르키우 주(州)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대적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국가수사국은 호르벤코 중장에 대해선 부대배치와 병력의 장비 구비, 화력지원과 통신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고, 할루슈킨 준장에겐 호르벤코 중장이 이끄는 부대에 대한 화력 및 공군 지원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물었다. 라핀 대령에 대해선 방어진지 구축 실패와 휘하 부대원들의 탈영을 문제삼았다.

국가수사국은 “이들의 복무태만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했다”며 “인력과 무기손실도 이들의 탓”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체포된 군 고위간부들은 반발했다. 할루슈킨 준장은 러시아군의 접근을 참모본부에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현재 인원으로 대응하라”는 지시만 받았다고 한다. 할루슈킨은 500만 흐리우냐(미화 11만8000달러, 한화 1억7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으나, 국가수사국은 몇 시간만에 “새로운 혐의를 발견했다”며 할루슈킨을 다시 체포했다. 할루슈킨의 변호인은 “전혀 새로운 혐의가 없고, 기존 수사자료를 그대로 복사했을 뿐”이라며 비판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장군들의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수사에 대해 “올해 전쟁이 끝나면 치러질 수 있는 대선을 앞두고 군 지도부의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2019년 5월 취임한 젤렌스키는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을 지난해 5월 종료한 상태다. 그러나 계엄령 아래서는 선거를 금지하는 우크라이나 헌법을 이유로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헌법상 연임을 허용하고 있어 젤렌스키는 종전 후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정치학자 예브헨 마흐다는 일련의 수사와 관련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다가올 권력투쟁에 대비해 정치권력이 군을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명망높은 군 장성을 젤렌스키가 견제한다는 의혹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개전 초 러시아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망이 올라가자, 지난해 전격 해임한 뒤 영국 대사로 발령을 냈다.

세르히 나이에프 중장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의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조차도 장군들의 (작전) 실패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는다”며 젤렌스키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신문이 발행된 다음날 바로 동부 최전선의 작은 부대로 좌천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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