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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새론(25)이 그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가수사본부는 어제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인은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자숙하면서 생활고를 겪었다. 지난해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악성 댓글(악플)과 루머에 시달리다 복귀가 알려진 지 하루 만에 하차한 바 있다.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2007년 가수 유니와 배우 정다빈, 2008년 배우 안재환과 최진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3년 배우 이선균에 이어 악플이 조장한 ‘사회적 타살’을 또다시 목도하니 충격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팬들도 추모 성명을 내고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에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검찰과 법원이 처벌 수위를 높여 왔지만 악플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혐의 검거 건수는 2021년 1만7243건, 2022년 1만8242건, 2023년 2만390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그 대상도 연예인 등 공인을 넘어 일반인으로 확대돼 심각성을 더한다. 2020년에는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한 인터넷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대학생이 악플과 협박 전화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바 있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일이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이어 최근 무안공항 참사·초등생 살인사건까지 끊이지 않으니 개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데도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대 국회 시절인 2019년 복수의 악플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21대에도 악의적 허위정보 등을 담은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혐오 콘텐츠 방조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댓글 실명제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사회에 혐오를 조장하는 반지성이 아닌 관용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의 지적처럼 잘못을 했다고 재기의 기회도 없이 매장시키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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