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9년 제정 이후 76년간 유지돼 온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사라진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복종의무를 삭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공무원에게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상관의 지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상관의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상관에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하여 이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기존 ‘성실의무’ 역시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변경된다.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을 준수하는 책임과 윤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공무원의 모든 의무는 법령에 기초한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동안에는 상관이 위법한 지시나 명령을 했을 때 하급자는 법에 규정된 ‘복종의무’ 때문에 이것을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법원이 공무원의 ‘복종의무’를 해석할 때는 ‘정당한 지시나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로 보고 위법한 지시나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대에서 상관의 명령을 불이행한 경우 더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군형법상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민주화운동 관련 재심사건에서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던 임은정 검사에 대해 법원이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고, 항명죄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에 대하여 법원이 무죄판결을 하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법한 지시나 명령을 받은 하급자가 이것을 거부하기 힘들고, 만약 거부할 경우 징계에 회부되거나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임은정 검사나 박정훈 대령이 재판을 통해 징계처분이 취소되거나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많은 공무원은 이런 법적 다툼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 ‘복종의무’를 삭제하면서 상관의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상관에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하여 이행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로써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통해 공무원에게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24년 12월 3일에 위법한 비상계엄선포가 이루어졌을 때, 많은 군인들이 위법한 비상계엄에 의한 명령에 대해 이행을 거부하였고, 그 결과 국회에서 계엄해제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만약 모든 군인들이 대통령과 상급자의 위법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자세로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더라면 위법한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과 무법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공무원과 군수뇌부 대다수는 위법한 비상계엄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며 저항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많은 고위 공무원들이 내란죄의 공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내란죄의 공범으로 기소되지 않은 사람들도 소극적으로 가담하거나 방조하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상급자의 위법한 지시나 명령에 대해 하급자가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를 지켜주고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한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나라가 부강해진다.
김학수 <전북특별자치도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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