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세에 복종하라…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성경 로마서 13장은 세속 권세, 그것도 불의한 권세까지 말하고 있는가. 대한기독교연합회는 1974년 11월 “우리는 민주주의 정권에 대해서나 독재정권에 대해서나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기본 처지를 굳게 지키고 있다”는 시국 성명을 내며 이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우리 헌법 20조는 ‘개인’의 종교 자유와 ‘국가’의 종교 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정교분리 원칙은 기독교를 토대로 한 서구의 국가들이 정교유착의 폐해를 거치면서 채택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구가 치른 종교개혁과 탄압, 종교전쟁, 계몽주의라는 사상적 기반이 없었다. 게다가 기독교 중심의 서구와 달리 다종교 사회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제헌 당시 고민이 없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래서 정교분리는 구호에 그친다. 종교는 정치로 교세를 확장했고, 정치는 종교로 권력을 지지했다는 말도 나온다.
삼한시대 종교시설인 소도(蘇塗)는 고대사판 정교분리다. 도둑이 들어가면 권력도 못 쫓아갔다. 한데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자 도적질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검과 통일교·정치자금…. 주렁주렁 고구마다.

![의심의 언어로 평화를 재단할 수는 없다 [종교칼럼]](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12/2025121250928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