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패배의 기록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항 교수의 신작 연구서 ‘어떤 패배의 기록(창비·2만원)’이 나왔다. 이 책은 2015년에 나온 ‘제국일본의 사상’의 후속으로, 전후 일본 사상사를 ‘비평’, ‘민주주의’ ,‘혁명’ 세 가지로 분절해 해석한 연구성과를 모은 것이다. 각각의 키워드를 통해 저자가 탐색하는 전후 일본의 모습은 ‘패배’라는 말로 요약된다. 전후민주주의 체제가 표면적으로 추구해온 보편주의는 2차대전 패전 이전의 식민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 내에 머물렀다.

▲위로하는 예술가
‘위로하는 예술가 : 반 고흐의 편지와 그림(민음사·2만4,000원)’은 세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 반 고흐의 서간집이다. 반 고흐가 쓴 편지는 844통이 전해지는데 이번에는 아를(1888년 2월~1889년 5월), 생레미앙프로방스(1889년 5월~1890년 5월), 오베르쉬르우아즈(1890년 5월~7월) 시절 중에서 특히 그의 예술과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편지 75통을 골라 발췌 번역했다. 화가로서 고흐의 예술철학을 읽어주는 귀한 자료다.

▲절대온도의 시선
‘절대온도의 시선(띠움·1만6,700원)’은 과학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에세이다. 산소와 질소, 정크 DNA, 우주 행성, 시야각, 파동, 미생물 등의 과학 현상을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따뜻한 상상력을 더한 36개의 글이 담겨 있다. 갈등이 팽배하는 세상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는 내용으로, 저자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려 억지로라도 노력할 때 혐오, 비난, 조롱 같은 부정적 기운이 끼어들 틈조차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한겨레출판·1만7,000원)’는 불안, 환청, 망상과 18년째 동거하는 청년과 그 가족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다.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진단받은 아들 ‘나무’ 씨의 엄마이자 공무원이 저자다. 그는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정신질환인 이 병과 함께해온 세월을 삶 밖으로 튕겨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저항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
곽아람 기자의 인스타그램에 거의 매일 올라오는 사진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고(세미콜론·1만2,000원)’는 23년 차 일간지 기자의 현실고증 직장 에세이다. 매일 치열한 취재와 가열찬 마감 속에서 회사원이자 기자로 살아가는 그 중심에 구내식당이 있었다. 팍팍한 회사생활에 주어지는 한 시간 남짓 달콤한 점심시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도, 낙종할까 두려운 날에도 언제나 구내식당이 있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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