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골프 백과사전, KPGA 넘버투 김백준

2025-11-12

"2012년 마스터스 우승자는?"

"버바 왓슨."

"그럼 2012년 디 오픈은?"

"오픈은 좀 더듬어야 해요. 아, 어니 엘스요. 아담 스콧이 마지막 4홀을 보기로 마감했죠."

로리 매킬로이는 지난 50년간 마스터스 우승자를 모두 외운다. 타이거 우즈 역시 골프 역사와 기록에 해박하기로 유명하다.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 역사를 공부하며, 선배들의 플레이를 분석하는 선수들이다. KPGA에도 그런 선수가 있다. 바로 김백준(24)이다. 그의 골프 지식이 깊다는 얘기를 듣고 예고 없이 질문을 던졌더니 척척 답했다. 한국에선 흔치 않은 '골프 백과사전형' 선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이후 유튜브로 옛날 중계를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다. "타이거를 워낙 좋아하니까 타이거의 기록을 찾아보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의 기록까지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를 물었다. "타이거 우즈가 절뚝거리면서 연장전에서 로코 메디에이트를 이긴 2008년 US 오픈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퍼포먼스였어요. 그 다음은 타이거가 허리 부상에서 재기해 우승한 2019년 마스터스고요. 그걸 생방송으로 본 게 내 골프 인생 중 제일 잘한 일이에요. 최고 5개 대회를 꼽으라면 2008 US오픈, 2019 마스터스, 2021 PGA 챔피언십, 2025 마스터스, 2005 마스터스예요."

유명 골프 칼럼니스트들의 리스트와 거의 흡사하다. 안목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메이저 챔피언십이 열리는 골프 코스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페블비치, 토리파인스, 시네콕힐스, 올림픽클럽 등 US오픈이 열리는 코스에 가서 얼마나 어렵게 세팅되는지 보고 싶어요. 링크스 코스는 그린 언듈레이션이 얼마나 심한지, 페어웨이는 얼마나 단단한지, 바람은 어느 정도로 부는지 너무 궁금해요."

국가대표 시절(2020년) 해외 원정을 갈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 그 아쉬움이 그를 더 간절하게 만들었다. "반드시 PGA 투어에 가고 싶어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도 꼭 가보고 싶고, 세인트 앤드루스도 정말 가보고 싶어요."

지적 호기심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 김창훈씨는 "골프를 시작하기 전 하루 8시간씩 책을 읽는 독서광이었고, 수학 영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백준은 "숫자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요즘 골프는 거의 데이터화됐잖아요. 로리 매킬로이 같은 선수들의 론치 각도 같은 데이터를 검색해서 거리를 늘렸어요"라고 했다.

지난달 천안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김백준은 아르바이트 학생 5명의 식사비를 몰래 계산했다. "아침에 꽤 춥더라고요. 그분들은 8~9시간씩 밖에 서서 일하시잖아요. 그분들 없으면 대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작은 마음이었어요."

24세에 지장(智將), 덕장(德將)이 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평상시 300야드, 세게 치면 320야드의 드라이브샷 거리를 보면 용장(勇將)형이기도 하다.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고 있다.

김백준은 올 시즌 첫 우승을 했고 제네시스 포인트 2위, 상금 5위, 평균 타수 5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로 2026년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출전권과 DP 월드투어 시드를 받았으나 24일 콘페리 투어 2차 대회에 출전한다. 그의 명확한 목표는 타이거가 뛰던 PGA 투어이기 때문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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