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막판협상에 김동관은 미국행, 정기선은 한국 남았다 왜

2025-07-29

한국 조선업을 이끄는 ‘투톱’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영진의 엇갈린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해양부문을 이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2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호관세 부과(8월 1일)를 앞두고 미국과 막판 협상 중인 한국 정부 협상팀과 합류해 미국과의 조선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8월 1일 이전 미국행 계획이 없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1972년 설립돼 국내 1위 조선사 자리를 지켜온 HD현대중공업은 불과 3년 전인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부문에 첫 발을 들인 한화보다 업력, 노하우 면에서 더 앞서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양사의 서로 다른 대미 협력 방안이 경영진의 대응 방식 차이를 불러왔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기업의 대미투자는 확실히 온도차가 있다. 한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조선업에 직접 진출하는 등 대미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인수한 뒤 미국 법인 한화필리십야드를 출범시키면서 미국 진출의 첫발을 뗐다.

최근엔 미국 앨라배마·캘리포니아에 조선소가 있는 호주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 지분 매입에 나섰다. 지난 3월 9.9%(1687억원)를 호주 주가시장 장외거래로 매입했고, 추가로 지분 9.9%에 대해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외국투자심사위원회(FIRB) 승인을 받으면 오스탈 지분 총 19.9%를 보유하게 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선 “100% 인수까지 가능하다”는 해석을 받았다.

만약 한화가 오스탈 지분 인수에 성공한다면 전투함(오스탈USA), 상선·전투지원함(필리조선소)을 한화의 이름으로 미국에서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선 한화가 미국 조선소 추가 인수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필리조선소에는 한화오션에서 파견된 전문강사 50명이 직접 미국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가시적인 미국 조선업 부활 성과를 노리는 미국으로선 달가운 행보다.

한화오션 사외이사를 지낸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화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방산회사가 되겠다는 기업이어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게 경영진 생각”이라며 “공격적인 M&A로 커온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활로를 뚫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에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사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미국 조선업 부활에 관여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4월 ‘첨단 조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6월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잇달아 맺으면서다. 미국 조선사에 선진 기술을 전수하고, 나아가 국내 조선소에서 블록을 생산해 미국에서 최종 건조하는 형태를 HD현대중공업은 고려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미국 미시간대-서울대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연구·교육,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모두 대규모 투자금 지출이 필요한 미국 조선소 인수와는 거리가 먼 형태다. 낙후한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면 수천억 원 단위의 시설개선비가 들어갈 수 있고, 만약 도크를 보수해도 미국 내 기자재 공급망, 인력 수급 등 난관이 산재해 곧바로 배를 건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지금 미국에서 배를 짓겠다는 건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진배없다”며 “미국의 정책 변화라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선 HD현대중공업 방식이 안정적”이라면서도 “한화는 기회를 잘 포착했다는 측면에서 빠르게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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