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달변 아닌데 신기했다” 스피치 전문가도 놀란 연설

2025-01-09

‘말하기 전문가’ 미국 로체스터대 이영선(44) 교수에게 한 기업 임원이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임원으로 막 승진한 터라 대외적으로 말할 일이 늘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죠. 당장은 연말 회식 건배사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교수가 묻습니다.

“회식에서 건배사를 하는 진짜 목적은 뭘까요?”

“직원들을 격려하는 거겠죠. 묵묵히 일한 직원의 노고를 알아주는 거고요.”

“바로 그거예요! 지금 그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돼요.”

우리는 매 순간 말하면서도 ‘말하기’를 어려워합니다.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멋지게 말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게 간단한 건배사여도 말이죠.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영어로 스피치를 가르치고 있는 이 교수는 사실 늦깎이 유학생입니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서른이 넘어서야 유학길에 올랐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 교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박사 과정 중 우연히 대중 연설법을 가르치는 과목의 조교로 들어가 수많은 예시를 분석하며 말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죠. 그리고 박사 과정이 끝난 후 미국 대학에서 스피치를 가르치는 교수가 됐습니다. 최근엔 지금까지 배운 노하우를 모아 『운명을 바꾸는 말하기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는 “누구나 말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달변가가 아니더라도, 외향적이지 않더라도 목적만 제대로 알면 ‘무조건 통하는’ 말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이 교수는 “몇 가지 방법만 알면 세상과 소통하는 ‘인생 치트키’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좋은 말하기는 무엇일까요. 이 교수에게 ‘한 끗’ 차이를 줄 수 있는 말하기 비법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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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왜 중요한가요?

원하는 걸 얻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도구이기 때문이에요. 미국의 협상 전문가인 허브 코헨은 “모든 일의 80%가 협상”이라고 말했어요. 직장을 구하고, 고객을 설득하고, 물건을 팔고,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 맺는 일 모두 말하기로부터 시작하죠. “나는 말을 잘 못 해” 생각하며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생각을 알아주지 않아요. 방법을 몰라서 말하는 걸 주저할 뿐이지,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내 생각을 잘 말할 수 있어요.

“잘 말한다” 건 도대체 뭘까요?

‘내 의도를 그대로 전하는 게’ 좋은 말하기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말 잘한다”고 하면, 완벽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하더라고요. 더듬지 않고 또박또박 발음하고 제스처도 크게 하고 심지어 외모도 훈훈해야 하고요. 그건 수려한 말하기이지, 잘하는 말하기는 아니에요. 진짜 잘 말하려면, 듣는 사람에게 ‘저 사람의 말에 메시지가 있네’ 하고 느끼게 해야 해요.

예를 들면요?

작년 12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화제였는데요. 작품만큼이나 주목받았던 게 그의 말하기 스타일이었어요. 스피치 전문가로서 보면 한강 작가는 말을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목소리도 작고, 천천히 말하고, 청중을 보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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