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 “‘국민화합위’ 만들어 좌우로 쪼개진 민심 하나로 모아야” [세계초대석]

2025-03-18

연성사상전 펼치는 극단세력 도려내야

계엄은 통상 정권 연장 목적… 尹은 아냐

이번이 개헌 적기… 개표시스템 손질 필요

지방소멸 위기… 행정 통합에 미래 달려

권한·재정 분산 등 속도 아닌 내실 중요

10월 경주 APEC정상회의 준비 담금질

K팝·한식 등 ‘문화 강국의 힘’ 보여줄 것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들어 ‘애국가 아이돌’로 통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두고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 대신 애국가를 불렀던 게 계기다. 이 지사는 “역사적으로 대구·경북은 6·25전쟁 때부터 공산주의를 물리친 호국 지역”이라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석했는데 공직선거법 등을 따져보다가 결국 애국가를 불렀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올 10월 말 또는 11월 초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관련해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메가시티’ 일환인 행정통합 주창자이기도 한 그는 “행정통합은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헌재의 탄핵 결정은 당연히 각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서울 여의도 경북도 서울본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우파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평가는 보수·진보 진영에 따라 갈라지겠지만 정권연장의 의도가 아닌 이상 최고 통수권자의 진정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언급하며 “우리도 윤석열 2.0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대립정치’를 멈추기 위해 “‘연성 사상전’을 펼치는 극단세력의 핵심을 도려내야 한다”며 “국민화합위원회를 구성해 좌우로 쪼개진 민심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14일 대면인터뷰와 18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진행된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린 보수단체 주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잇따라 애국가를 불렀다. ‘애국가 아이돌’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는데 왜 부르셨나.

“애국가를 부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행사장을 다녀보니 애국가를 부를 때 다들 입만 뻥긋하더라. 그래서 도청 직원들에게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기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2월 동대구역 집회 참가는 요청으로 이뤄졌다. 집회를 앞두고 ‘도지사가 왜 집회에 안 나오냐’, ‘사람 많이 오는데 한마디 해라’ 등 문자 폭탄이 쏟아졌던 때였다. 처음에는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에 관심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문의하니 사전선거운동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러분 덕에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졌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 만세’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애국가’라고 외쳐서 부른 것뿐이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의 계엄선포, 국회의 계엄 해제 결정 및 탄핵소추안 가결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나.

“윤 대통령은 ‘자유우파의 영웅’이다. 자기 몸을 내던진 사람이다. 대통령이 뭐가 답답해서 계엄을 했겠느냐. 보통 계엄은 자기의 정권을 연장하려는 목적으로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연장을, 전두환 대통령은 정권을 잡기 위해 계엄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나라를 구하려고 한 거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핵심판은 각하돼야 한다. 다만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서로 대통령을 조사하려는 것을 보고 ‘이 나라가 곧 끝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이 판사한테 가면 영장이 나오고 저 판사한테 가면 영장 안 나오고 하는 것도 문제다.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갈등이 극심하다. 사회적 극단 대치 양상도 우려스러운 바이다. 사회통합을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인데 지사께서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이 있나.

“연성 사상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이명박정부 때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광우병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누가 있느냐. 문재인정부 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전자파에 타 죽는다는 괴담까지 나왔는데 지금 보면 성주에서 생산한 참외는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나라가 양분된 대표적인 사례는 선거를 보면 알 수 있다. 경상도는 우리당(국민의힘) 공천, 전라도는 민주당 공천을 받는 사람이 무조건 당선된다. 이런 점을 타파하려면 국민화합위원회를 만들어 노력해야 한다. 또 연성사상전을 펼치는 극우든 극좌든 핵심을 도려내야 한다. 악의적으로 선동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반국가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비상계엄, 탄핵소추, 헌재 결정 등 일련의 사태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저는 이 대표의 프레임 설정 뒤에 누군가가 있다고 본다. 눈에 띄지 않게 민주당 지도부를 움직이고 있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출범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탄핵만 29번을 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보통 의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국회 밖에 있는 호전적인 세력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정부 상태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조기 대선 시 국민의힘의 정권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 보수우파의 밀집도가 훨씬 높다. 국내 선거는 ‘49대 51’이다. 보수와 진보 중 누가 더 뭉치느냐가 선거의 관건이다. 또한 그런 일은 없겠지만 조기 대선으로 간다면 선관위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못 믿는다’는 측이 분명 나온다. 이 때문에 새로운 개표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지금의 사전투표와 전자개표 방식은 신뢰를 얻기 힘들어졌다. 하루빨리 여야가 협의해 개표 방안에 손을 대야 한다. 전자기계 대신 직접 손으로 개표를 하는 게 신뢰도를 높일 방법이라고 본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국가대란이 올 수 있다.”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헌을 촉구해 왔다. 개헌의 방향은?

“의원 재임 시절 개헌 특위에서 활동했다. 개헌과 관련한 연구 자료는 지금도 차고 넘친다. 특위를 구성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대통령제를 개헌하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제를 좋아한다. 선진국은 이원집정부제가 많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방법의 중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분리해야 한다. 다만 의원내각제로 가면 총리를 국회에서 뽑게 되고 국내에 도입하면 당끼리 싸움만 하다가 일도 못 하고 끝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되 실질적인 일 처리 권한을 넘기는 방안이 국정 운영에 합리적일 것이다.”

―의원 시절부터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선행돼야 할 제도적 개선점은 뭐라고 보는가.

“지방에서는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사는데 막상 지방에선 눈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 논과 밭 하나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가 저출생과 지방소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지방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완전한 지방정부’가 해답이다. 중앙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부단체장 등 공무원 인사권도 직접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방이 잘 살려면 정부가 ‘자치권’과 ‘재정권’을 지방에 하루빨리 넘겨줘야 한다.”

―올해 경주에서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린다. 준비는 잘돼 가는가.

“에이펙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2%, 총교역량의 50.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4강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만큼 그 위상과 파급력도 대단하다.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는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힘을 보여주겠다. K팝과 K푸드, K콘텐츠 등 다양한 한류와 문화 브랜드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한식과 한복, 한옥 등 5한(韓)의 전통과 석굴암, 불국사를 포함한 세계문화유산은 각국 정상과 참석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까지 매듭을 짓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지난해 전국 최초로 ‘핵전쟁보다 무서운 게 저출생이다’, ‘저출생 극복에 모든 것을 걸자’며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저출생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기에 그 이상의 표현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도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동조했다. 저출생과의 전쟁은 장기전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단기간 내에 달성하기 어렵다. 경북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대한민국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듯, 앞으로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1955년 경북 김천 출생 ●김천고 ●경북대 수학교육과 ●국가정보원 국장 ●18·19·20대 국회의원(김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32·33대 경북도지사

대담=송민섭 사회2부장, 정리=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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